압구정CGV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에 다녀왔다.
'지슬'과 '비념'을 연달아서 봤다.
둘 다 제주도 4.3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슬'은 극영화이고 '비념'은 다큐멘터리이다.
'지슬'을 보기 전에 걱정했다.
너무 정적일까봐, 너무 절제할까봐.
화법은 절제에 가깝다.
과감하게 음악을 사용한 덕분에 더 보기 좋았다.
마냥 절제하는 것이 미덕은 아니기에.
울지 않고 끝까지 보는 것이 힘든 영화이다.
제주 4.3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떠나서 잘 만든 극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울 수 있도록 영화가 소리를 높여주는 순간보다 침묵하고 있는 여백의 순간에 더 많이 울었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사람들은 우린 모두 하나라고 말 할 것이고, 그것을 말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를 밟고 욕할 것이다.
그 악순환이 한 편의 영화처럼 두 시간 만에 끝나면 좋겠지만 평생 지속될 것이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았을까 아니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았을까.
두 입장 모두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슬'은 제주도방언으로 감자를 뜻한다.
당분간은 감자를 보면 김동인의 '감자'보다도 '지슬'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먹는 감자.
살아있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비극.
'지슬'은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땅 위에서 기억해야만 하는 이야기이자 대부분 모른척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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