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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정차식 - 용서



이곳에 철없는 나비 한 쌍이
늙어도 늙지 않는
철없는 바람 속에 휘둘려 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즈막한 바람은 없었다
단지 내가 쓰라리고 아프고
격했던 시간 뿐인것

진리야 떠나라 진리야 오 춤춰라
단지 내가 네게
이 목을 떼어주면 될 테니

진리야 떠나라 오 진리야
깨끗이 잠들라
이 어둠 속에 피는
그대가 내겐 진리다

진리야 깨어져라
후회야 쉬이 부서져라
이 바람은 또 그렇게
쉬이 잦아들 테니

용서야 떠나라
오기야 깨끗이 돌아서라
내 여기 머물다
곧 용서 받으러 갈테니




레이니썬의 음악은 어렵게 느껴졌고, 그래서 자주 듣지 못했다.
레이니썬의 보컬이 정차식인 것도 모른 채, 정차식의 앨범을 듣게 되었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에는 아이돌의 한 보컬이, 누군가에게는 한대수가 진정성을 가진 뮤지션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도 청자가 그 진정성을 못 느끼면 할 말 없는 것이다.

난 날 것의 느낌이 들 때 진정성을 느낀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내게 최고의 러브송은 영화 'ing' ost에 수록된 방준석이 부른 '그녀입니다'이다.

백현진 이후로 이런 느낌은 참 오랜만이다.
백현진의 노래가 진실이라면, 정차식의 노래는 용서 같았다.
두 사람의 노래 모두 분노보다는 체념이 더 많이 느껴진다.

앨범의 첫 트랙부터 집중하게 되었다.
첫 트랙부터 숭고해진다.
첫 트랙 제목이 용서였고, 앨범의 처음과 끝 모두 용서라는 단어와 함께 했다.

앨범 중간에 '완벽한 당신'은 조금은 포근한 느낌인데도,
앨범 전체의 기운 때문에 이 곡조차도 슬프게 느껴졌다.

정차식이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보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을 끄집어내서 만들어낸 노래들 같다.
그가 이 노래들을 만들었을 과정들이 시인이 시를 쓰는 과정 같지 않았을까.
가장 밑바닥을 응시하며 시를 완성시키고, 그 시를 담담하게 낭송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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