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는 걸작임에 틀림없다.
아쉽게도 그의 최근작인 '돈의 맛'을 보고 실망했고, '나의 절친 악당들'은 더욱 더 실망했다.
두 영화 모두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많이 묻어있다.
하지만 내가 임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굉장히 냉소적으로 풀어내는 현실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희망보다 냉소를 말할 때 더 빛나는 감독, 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슬픈 말일까.
예고편과 초반부를 보면서 예상한 분위기는 데이빗린치의 '광란의 사랑'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지아장커의 '천주정'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톤으로 갔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임상수 감독이 진지하고 냉소적인 톤의 영화 속에서 살짝 던지는 위트는 좋지만, 대놓고 말하는 유머는 부담스럽다.
이 영화가 보여준 희망은 어색하고 어설프다.
차라리 아예 막 가버리거나 바닥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본다.
서사에서 가장 실망했던 것은, 악당들이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약자이고 악보다 선에 가깝다.
다만 그들이 돈독해지고 신뢰할 수 있는 과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이들의 유대감이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차라리 끝까지 악이 악을 등쳐먹는 구조로 나오거나, 정말 선하지만 사회적 구조로 인해 스스로를 악으로 치부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흘러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비슷한 소재를 가진 영화 '광란의 사랑'이 내게 매혹적이었던 이유는 두 인물이 서로에게 밀착해있기 때문이다.
약자인 그들이 서로 의지하고 세상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영화의 엔딩에 나온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는 차라리 오프닝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이 영화에서 매혹적인 장면들은 하나같이 지극히 냉소적인 장면들이었다.
임상수 감독의 팬이기에, 그의 차기작은 부디 차가울 만큼 현실적이고 냉소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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