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1/26

카센타 (NAILED , 2019) 2019년 한국영화 중에 가장 지지하고 싶은 영화는 '카센타'다. '기생충'과 '벌새', '메기' 등은 팬층이 두텁고 비평가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엑시트'는 비평적으로는 좀 더 많은 의논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그에 반해 '카센타'는 비평이나 흥행 면에서 너무 외면당해서 안타깝다. 일단 리듬이 굉장히 기괴한 작품이다. 분명 진지할 법한 부분에도 밝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몇몇 대사는 발음 때문인지 잘 안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할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박용우와 조은지, 두 배우를 보니 '달콤 살벌한 연인'이 떠올랐는데 분위기는 다르다. 블랙코미디라기에는 코미디의 비중은 썩 크지 않다. 오히려 씁쓸한 부분이 훨씬 많다. 장사가 .. 더보기
헝거 (Hunger , 2008) 마이클 패스벤더와 스티브 맥퀸은 첫 호흡의 순간부터 빛났다. 아일랜드 관련 역사는 찾아볼수록 마음 아프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리암 커닝햄이 신부님으로 등장해서 마이클 패스벤더와 대화하는 롱테이크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하필이면 리암 커닝햄이 나왔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아일랜드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이었으니까. 둘의 대화가 작위적일 법도 한데, 오히려 서로 다른 신념의 충돌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졋다. 스티브 맥퀸은 데뷔작부터 몸으로 말한다. 특히 영화 앞부분에 교도관의 일상과 다른 IRA 수감자들의 모습, 수감자를 제압하다가 죄책감에 우는 진압대 멤버를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정답을 내리기보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게 좋았는데, 데뷔작에서부터 이렇게 거리를 두.. 더보기
잠수종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2007) 나는 줄리안 슈나벨과 그리 맞지는 않는 듯 하다. '잠수종과 나비'는 촬영방식을 비롯해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플래시백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썩 와닿지는 않았다. 오히려 원작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마티유 아말릭은 늘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의 어릴 적 사진들이 나오니 기분이 묘햇다. 등장하는 사진들은 아마 실제 자신의 사진이었을 텐데, 배역에 완전 빠져든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연민은 늘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거리를 두고 보느라 감흥 없이 본 게 아닐까 싶다. 더보기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 2013) 스티브 맥퀸의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톤이다.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면서 좀 더 상업영화의 문법을 따라야했기 때문일까. 다만 인물의 육체에 집중하면서 감정을 보여주고, 사람에게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한다는 면에서는 이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는 제일 좋아하는 텍스트이고, '노예 12년'도 이러한 프레임으로 봤다. 노예제도는 없다지만 현 시대에 계급이 완전하게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은 사람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가 무시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나조차도 스스로를 노예처럼 살았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순간이 있었으니까. 신념이 광기가 되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신념이 없는 사람은 사회 시스템 안에서 금세 노예가 되기도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