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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아가씨 (The Handmaiden , 2015) 박찬욱 감독은 특별하다. 항상 입버릇처럼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어렵다고 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관객보다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올드보이'는 열 번도 넘게 봤고,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JSA', 단편 '심판'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에,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최근에는 계속해서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평소에 자주 가는 동대문 메가박스, 대한극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아가씨'는 미술, 촬영, 의상 등에 있어서는 박찬욱 감독의 색이 진하게 묻어있지만, 영화 톤 자체는 그의 영화 중에 가장 밝다. 박찬욱 감독이 이런 식으로 희망.. 더보기
암살 (Assassination, 2015) 소재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는 식의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박하다. 역사와 정치 관련 소재에 대한 영화라고 무조건 추앙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러한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내게 영화는 아이템과 상관없이 완성도와 취향의 영역이다. 영화사와 문학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소재가 평가의 잣대라는 그 논리가 참이라면, 지금 당장 예술의 역사는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당시에 굉장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다. 걸작이라고 부르는 예술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누가 봐도 좋아보이는 이야기와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의 무게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암살'은 고마운 작품이다. 소재에 있어서 .. 더보기
더 테러 라이브 (The Terror, LIVE , 2013) 감독은 이 영화 구상하며 '폰부스'를 100번도 넘게 봤다는데, 협소한 공간을 쓴다는 설정 때문인지 '베리드'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좋은 영화의 시작은 무조건 시나리오이다. 하정우는 극 전체를 어떻게 흔들어야하는지 아는 배우이다. 이다윗은 짧게 등장하지만, 그동안 보았던 그의 표정 중 가장 인상적인 표정을 보여준다. 전혜진을 비롯해서 분량에 상관없이 출연배우 모두들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시나리오 상에 결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속도감으로 영리하게 채워나간다. 결점을 생각할 틈도 없이 밀고나가는 에너지가 있다. 김병우 감독의 차기작의 서사보다도 흡입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더보기
군도 (KUNDO : Age of the Rampant , 2014) 윤종빈 감독은 메세지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쳐있던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군도'는 메세지보다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순도백퍼센트의 오락영화이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성이 짙었다. 하지만 '군도'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나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최소한의 서사를 깔아두고 많은 볼거리와 함께 전진한다. 영화의 전사들은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정서가 갑작스럽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캐스팅으로 미니시리즈를 만들기에는 무리겠지만. 캐릭터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고, 캐스팅도 좋았다. 특히 이성민의 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