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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독전 (Believer , 2018) '독전'은 이해영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감독 특유의 개성은 덜하다.어떤 장르든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내던 감독이 두기봉 감독의 원작영화를 리메이크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해영 감독은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거나 신예를 발견하는데 능하다.'독전'의 이주영, 진서연 같은 배우들이 그런데, 김주혁, 박해준, 류준열 캐릭터도 좋지만 그들 캐릭터는 배우들의 전작에서도 어느 정도 봐왔던 느낌이라 예상불가는 아니었다.김주혁은 임상수 감독의 '나의 절친 악당들'과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 같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어두운 캐릭터가 '독전'에서 정점을 찍은 듯하다.좋은 연기를 보고 나니 더욱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느와르 장르의 클리셰도 많고, 서사나 반전은 예상가능한 부분이 많다.차승원이 연기한 캐릭.. 더보기
끝까지 간다 (A Hard Day , 2013) 안정적인 상업영화는 두 종류로 나눠진다. 잘 기획되었거나 각본이 돋보이거나. 물론 둘 다 잘 갖춰져야겠지만, 제작과 연출 중 어떤 부분의 힘이 커보이냐에 따라 개성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플롯이나 캐릭터, 각본에 있어서 탁월한 부분이 많은 영화다. 연출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각본이 가진 리듬 자체가 워낙 좋았다. 시작부터 시종일관 달린다. 이러한 에너지 앞에 설명적인 부분도 거의 없이 달린다. 영화의 초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객에게 몰입을 줄 수 있는 각본의 탄탄함에 대해서. 더보기
아가씨 (The Handmaiden , 2015) 박찬욱 감독은 특별하다. 항상 입버릇처럼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어렵다고 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관객보다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올드보이'는 열 번도 넘게 봤고,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JSA', 단편 '심판'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에,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최근에는 계속해서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평소에 자주 가는 동대문 메가박스, 대한극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아가씨'는 미술, 촬영, 의상 등에 있어서는 박찬욱 감독의 색이 진하게 묻어있지만, 영화 톤 자체는 그의 영화 중에 가장 밝다. 박찬욱 감독이 이런 식으로 희망.. 더보기
암살 (Assassination, 2015) 소재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는 식의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박하다. 역사와 정치 관련 소재에 대한 영화라고 무조건 추앙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러한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내게 영화는 아이템과 상관없이 완성도와 취향의 영역이다. 영화사와 문학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소재가 평가의 잣대라는 그 논리가 참이라면, 지금 당장 예술의 역사는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당시에 굉장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다. 걸작이라고 부르는 예술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누가 봐도 좋아보이는 이야기와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의 무게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암살'은 고마운 작품이다. 소재에 있어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