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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춘몽 (A Quiet Dream , 2016) '경주'로 장률 감독의 작품을 처음 봤다.'필름시대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힘들다. '춘몽'을 통해서 비로소 장률 감독의 시도가 이해되었다.'필름시대사랑'에서는 주연배우들의 타작품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영화 속에서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히 일정 이상의 선이 있어야하는데 장률 영화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물론 무경계도 하나의 표현방식이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춘몽' 속 세 남자는 현재 감독으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이 배우로 등장한다.이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전사가 있다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지만 굳이 몰라도 보는데 무리는 없을만큼 금세 파악된다. 한예리도 타작품의 캐릭터를 일정 이상 가져왔고, 이주.. 더보기
필름시대사랑 (Love and... , 2015) 장률 감독의 '경주'를 재밌게 봤다. 굉장히 위트있고 좋은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였다. '필름시대사랑'은 지금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중인 일반 상업영화와는 완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뤽고다르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서사 없이 각각의 장면들이 따로 전개되는 영화다. 단편적인 장면들은 매력이 있을지 몰라도, 연결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보니 이런 식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한없이 난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필름시대사랑'은 장률 감독이 필름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영화다.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형식을 파괴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내게 '필름시대사랑'의 방식은 썩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장뤽고다르는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지만, 난 의무감을 가지고 그에게 찬사를 보낼 생.. 더보기
경주 (Gyeongju, 2013) '경주'는 죽음에 대해 은유적으로 말하는 영화이다. 무척이나 정적이고, 호불호가 많이 갈릴 영화이다. 경주에는 릉이 많아서 집 앞에 릉이 있는 경우까지 존재한다. 영화 속 경주에서 만난 여인들은 남들보다 죽음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이다. 주인공은 오토바이사고를 눈 앞에서 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추격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경주의 풍경은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품고 살아가는 것임을. 장률 감독이 아니라 홍상수 감독의 영화인가 싶지만, 주인공의 태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분명 욕망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욕망의 출처가 홍상수 영화와는 좀 다르다. 박해일은 이 영화의 러닝타임을 견딜 수 있는 이유이다. 그가 연기하지 않았다면 이 정적인 영화에 리듬이나 위트가 아예 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