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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내 아내의 모든 것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게 되었다. 누구 봐도 재미있을 영화이다. 시사회장은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입소문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겠다 싶을 만큼 기분 좋아지게 하는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힘이 크다. 질리게 하는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의뢰하는 남편이라는 설정을 납득시키는 것도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속사포로 잔소리를 하는 유부녀 임수정, 아내와 헤어지고 싶은 찌질남 이선균, 옴므파탈 류승룡. 평소 배우들에게서 쉽게 연상되지 않는 이미지들을 굉장히 잘 뽑아낸 덕분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이선균과 임수정의 캐릭터도 좋지만, 류승룡 캐릭터는 정말 시한폭탄 수준이다. 대사 하나, 몸짓 하나까지도 웃기지 않은 장면이 없다. 찌질한 정서를 잃지 않은 보급형 옴므파탈이.. 더보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기대하는 박찬욱의 모습과 너무 다를까봐. 미루다가 결국 보게되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박쥐'보다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나 '박쥐'나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로맨틱블랙코미디라고 할까나? '안티 소셜이 아니라 안티 소멸이에요'라는 대사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병원이다보니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다 특이하다. 루저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소멸 지경에 이른 이들의 집합소. 팬시적인 이미지가 커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설정과 조영욱의 경쾌한 음악 속에서 드러나는 박찬욱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폭력성이 웃음을 유발한다. 총격씬에 행진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이 유쾌함! 박찬욱의 엉뚱한 블랙코미디를 좋아하기에 영화를 보.. 더보기
...ing(아이엔지, 2003) 고등학교 때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어서 매일 의식적으로 영화평론 글을 읽었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서 지금도 영화사이트에서 영화리뷰 읽는 게 하루 일과이다.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 예술영화만 보면서 분석과 비교만 하다보니 낙엽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슬퍼할 고등학생 시절에 나의 감수성은 가뭄으로 마른 대지와 비슷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파이란' 이 세 멜로 영화를 각각 거의 7~8번씩 보았다. 멜로영화를 보면서 울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우리나라의 멜로명작들. 하지만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분석하기에 바빴다. 이 시절의 나는 프레임 안의 감정들을 보기 보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에 너무 많은 관심을 두고 영화를 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아버.. 더보기
장화홍련 (A Tale Of Two Sisters, 2003) 누군가가 내게 '한국에서 누가 가장 스타일리시한 감독일까?'라고 묻는다면 김지운 감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매 작품마다 다른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보이는 김지운이야말로 한국감독 중에서 가장 뚜렷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감독이 아닐까? 그의 영화 중에 '장화홍련'은 맨날 보자고 생각해놓고 계속 미루다가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다. 보고나니 이 영화는 공포보다는 슬픈 드라마이다. 최근에 나온 정가형제의 '기담'과 좀 비슷한 느낌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진 서사를 기본으로 미술,음악으로 영화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음악감독인 이병우의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어서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난 아직까지도 한국영화음악 스코어 중에서 '돌이킬 수 없는 걸음'만한 곡이 없는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