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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영

불한당 (Perfect Blue , 1998) 완전하게 새로운 창작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자신이 영향 받은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할 뿐. '불한당'은 엄청나게 많은 래퍼런스들이 떠오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빠진 '불한당'만의 스타일이 명확히 존재한다.감각적으로, 감정적으로 관객을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주연배우만큼 눈이 많이 갔던 것은 전혜진과 김희원이다.두 배우 모두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 것은 알지만, 특히 '불한당'에서 맡은 캐릭터는 그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전혜진은 맹목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과 대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면서 선악의 기준에 대해서 계속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김희원에게서 거친 장.. 더보기
대배우 (THE GREAT ACTOR, 2015) '대배우'의 석민우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의 데뷔작인 '대배우'는 각종 영화적 설정에서부터 박찬욱 감독의 영향력이 많이 묻어난다. 문제는 딱 설정까지만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봤던 감독, 배우, 현장에 대한 느낌은 있을지 모르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의 깊이를, 다른 종류의 새로움을 이 영화에서 발견하긴 힘들다. 배우들의 연기로 끌고 가기에는 각본 자체가 너무 부실하다. 아예 박찬욱 감독의 영화현장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그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균열을 보여줬다면 차라리 흥미로웠을 것이다. 패러디식으로 가져왔지만, 가십 정도의 흥미만 줄 뿐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석민우 감독은 좋은 감독과 작업하며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본.. 더보기
암살 (Assassination, 2015) 소재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는 식의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박하다. 역사와 정치 관련 소재에 대한 영화라고 무조건 추앙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러한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내게 영화는 아이템과 상관없이 완성도와 취향의 영역이다. 영화사와 문학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소재가 평가의 잣대라는 그 논리가 참이라면, 지금 당장 예술의 역사는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당시에 굉장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다. 걸작이라고 부르는 예술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누가 봐도 좋아보이는 이야기와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의 무게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암살'은 고마운 작품이다. 소재에 있어서 .. 더보기
내부자들 (Inside Men, 2015) 미국배우조합상이 시상하는 부분 중에 '캐스팅상'이 있다. 말 그대로 가장 좋은 캐스팅조합을 보여준 영화에게 주는 상이다. 캐스팅상의 역대수상작들을 보면 '버드맨', '아르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미스리틀선샤인' 등 아카데미시상식의 전초전이다 싶을 만큼 흥미로운 수상작들로 가득차있다. 좋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영화적 재미이다. '내부자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이다. 이병헌이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작품은 '달콤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내부자들'이라고 해도 될 만큼 굉장히 흥미로운 역할을 맡았다. 조승우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다. 안 나오는 영화를 찾는 것이 더 힘든 이경영은 이번 작품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