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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용서받지 못한 자 (The Unforgiven , 2005) 연상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창'이나 임태규 감독의 '폭력의 씨앗' 같은 군대 관련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과하게 몰입하게 된다.군필자에게 군대는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2년이란 시간을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 보내는 건 여러모로 안 좋은 사회화의 경험이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합리화다.거지 같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증오하던 이들과 닮아있음을 발견하는 것.하지만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는 것. 윤종빈 감독은 데뷔장편에서부터 영화가 캐릭터싸움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뻔할 수 있는 군대이야기에 신선함이 더해진다.비교적 신인 시절의 하정우를 보는 것도 '용서받지 못한 자'의 매력이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들은 매력.. 더보기
춘몽 (A Quiet Dream , 2016) '경주'로 장률 감독의 작품을 처음 봤다.'필름시대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힘들다. '춘몽'을 통해서 비로소 장률 감독의 시도가 이해되었다.'필름시대사랑'에서는 주연배우들의 타작품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영화 속에서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히 일정 이상의 선이 있어야하는데 장률 영화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물론 무경계도 하나의 표현방식이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춘몽' 속 세 남자는 현재 감독으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이 배우로 등장한다.이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전사가 있다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지만 굳이 몰라도 보는데 무리는 없을만큼 금세 파악된다. 한예리도 타작품의 캐릭터를 일정 이상 가져왔고, 이주.. 더보기
군도 (KUNDO : Age of the Rampant , 2014) 윤종빈 감독은 메세지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쳐있던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군도'는 메세지보다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순도백퍼센트의 오락영화이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성이 짙었다. 하지만 '군도'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나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최소한의 서사를 깔아두고 많은 볼거리와 함께 전진한다. 영화의 전사들은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정서가 갑작스럽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캐스팅으로 미니시리즈를 만들기에는 무리겠지만. 캐릭터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고, 캐스팅도 좋았다. 특히 이성민의 연.. 더보기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감독의 전작인 '비스티보이즈'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윤종빈 감독만의 스타일이 잘 담겨있는 영화이다. 감독에게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처럼 큰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세 장르의 장편을 만들어냈음에도 자기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 윤종빈 감독은 차기작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감독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한국식 갱스터 영화이다. 서양 갱스터 영화의 분위기만 한국에 가져왔을 뿐,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한국 갱스터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범죄와의 전쟁'은 품고 있는 정서와 분위기 모두 완전한 한국식 갱스터 영화이다. 개성있는 인물들 덕분에, 특히나 주연인 꼰대 아저씨 최익현(최민식) 캐릭터는 그 개성만으로도 서사가 진행되고 시대상이 그려지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