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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

특별시민 (The Mayor , 2016) 이력서의 '력'은 발자국을 한자 뜻으로 사용한다.영화 속에서 곽도원의 유일한 취미가 구두라는 것은 자신의 가는 길에 대해 온전히 몰두하는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그리고 그 몰두했던 것들 사이에서 비극을 맞이한다. 각각 캐릭터가 분명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구적으로 쓰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캐릭터들이 각자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서로 움직이다가 화학작용으로 어떤 결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화가 정해진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영화가 극적인 순간들을 많이 설정했음에도 감흥이 덜한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어야 할 선거임에도 그 당위성이나 흥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캐릭터와 사건이 서로 얽혀있다기보다는 서로를 수습하며 진행하는 느낌이다. 좋은 배우들로.. 더보기
덕혜옹주 (The Last Princess , 2016) 허진호 감독의 초기작을 좋아한다.'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합쳐서 10번도 넘게 보았다.학생 때는 이해가 안 되어서 당위성을 가지고 봤고, 지금은 문득문득 생각나서 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허진호 감독이 타협하기 시작했다고 느껴졌고, 타협은 과잉을 부른다고 생각한다.그가 타협했다고 느껴지는 영화에서부터 그의 작품에 별 애정이 안 갔다. '덕혜옹주'도 내게는 썩 매혹적이지 못했다.영화 중반에 총상 당한 박해일을 손예진이 손을 비벼서 자기 채온으로 치유하려하는 그런 장면이 허진호 감독으로부터 보고 싶은 장면이다.표현은 최대한 절제하지만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나는 허진호 감독의 감성이 다시 보고 싶다. 서사에 있어서도 역사의식과 로맨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집중하기가 힘들다.보편의 .. 더보기
무게 (The weight, 2012) 내 몸이 원망스러울 때마다 춤을 추고 싶었다. 이런 저질스러운 몸으로 무슨 춤이냐, 그렇게 자책하며 춤이 내게는 이룰 수 없는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에, 춤을 추고 싶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은 뚱뚱한 모습으로 살았고, 그 기간동안 내 몸을 원망했고, 춤을 추고 싶었다. 내 자신의 게으름 같은 것을 탓하기에는 외적으로 신경 쓰이는 것이 너무 많은 사춘기였다. 결국 단 한 번도 춤을 추지 않았고, 내 몸이 어떤 모습인지와는 상관없이 이젠 그것이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 '무게'는 사람이 짊어지고 태어나는 몸의 무게에 대한 영화이다. 등에 거대한 혹이 난 남자, 일그러진 얼굴의 남자, 여자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가 나온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자신의 몸으로 인해 삶의 거대한 무게감을 느낀다. 눈과 .. 더보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My love my bride, 2014) 첫사랑이란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첫 번째 모습이다. 인상적인 말이다. 어제 본 '나를 찾아줘'와 이 영화까지, 이틀 연속으로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이라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