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레에다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 (ワンダフルライフ , Wonderful Life , 1998) '환상의 빛'과 '원더풀 라이프'는 내 기준에서 좋은 질문을 던지지만 마음에 완전 와닿는 작품은 아니다.다만 최근에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중간지점에 있는 영화의 미덕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환상의 빛'이 콘티에 맞춰 꼼꼼하게 찍은 작품이라면, '원더풀 라이프'는 인터뷰 장면만 봐도 느껴지지만 오히려 의도적으로 여백을 두고 만든 작품이다.처음에는 보면서 비슷한 인터뷰 장면만 나와서 답답했는데, 뒤에 가서는 오히려 그게 쌓여서 진폭되는 게 있었다. 영화 '시'만큼이나 인터뷰 장면의 여운이 긴 장면이다.실제로 500명 정도를 인터뷰하고 캐스팅한 인물들이 있다고 한다.몇몇 에피소드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나라면 선택 못할 .. 더보기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 Shoplifters , 2018) 내 기준에서 만점인 영화들은 두 종류가 있다.하나는 본 지 십분 정도 되었을 때 느낌이 오는 작품, 또 하나는 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앓게 만드는 작품.'어느 가족'은 전자로 시작해서 후자로 넘어갈 작품이다.즉, 나의 마음에 들어온 작품. '어느 가족' 속 캐릭터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하나 같이 비약으로 보인다.버려져서 주워왔다,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훔치면 되지 않나.러닝타임 내내 그들의 행동에 마음이 아픈 동시에 걱정이 된다.그들이 한 행위 중에 질서에 어긋난 행위를 옹호한다는 뜻이 아니다.다만 아무도 별 상관 안 하는 인물들에 다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놀라울 뿐. 자꾸 울컥한 이유는 내 삶의 몇몇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떠올랐고, 살면서 날 도와주고 예뻐했던 모든 이들이 떠.. 더보기
하나 (花よりもなほ , More Than Flower , 2006)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다른 영화에 비하면 '하나'에 대한 평은 썩 좋지 않다.평작이다, 귀엽다, 산만하다 등의 평을 주로 이룬다.내게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보였다.오히려 '하나'를 보기 전날 봤던 '환상의 빛'의 정적인 분위기보다 이 영화의 산만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이런 류의 소동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들 연기가 전체적으로 좋은데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야자와 리에다.내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던 '종이달'에서도 그렇고 그녀의 연기는 늘 빛난다.분명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순간순간마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완급조절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타의에 의해 결정하는 이들이 있다.아니,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한다.사회가 부여한, 혹은 가족이나 주변의 기대가 .. 더보기
환상의 빛 (幻の光 , Maborosi , 1995) 숙면을 취하고 나면 정적인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진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뷔작인 '환상의 빛'은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찍던 그의 성향이 묻어날만큼 정적이다.명작이라고 하는 이도 많지만 내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안 붙었다면 더 박하게 평가했겠다 싶을 만한 평작이었다. 다만 인상적인 장면과 물음은 있다.재혼을 앞두고 이사 가기 전에 사별한 남편과의 사진첩을 오랜만에 다시 보고, 동생 결혼식 때문에 방문한 고향에서 옆집 양장점 아주머니부터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까지 주변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들.그런 순간들은 내 삶에 대입해보게 되는 장면이라 울컥했다.추억을 돌아보고, 내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재회하는 일. 95년도의 아사노 타다노부는 지금 내 머리 속 이미지가 무색할 만큼 애띤 모습이다.짧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