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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9 (9와 숫자들) - 방공호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요 내가 만든 작은 세상으로 졸린 곰도 길을 잃은 다람쥐도 어림없죠 그대밖에는 들어와요 들어와요 창이 없어도 나는 빛을 볼 수 있어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요 내 마지막 온기는 그대 것이니까 나는 깨어있을 거예요 매일 밤 그대 곤히 잠들 때까지 봄이 오면 함께 떠나요 모든 슬픔 여기 가둬두고서 들어봐요 귀 기울여 봐요 내가 지은 그대 위한 노래 밤 짐승도 약이 오른 아기 새도 소용없죠 그대 앞에선 내일은 더 찬 바람이 분대요 철새들은 어제 출발했어요 극명하던 푸르름과 시들음의 차이도 하얀 눈 속에선 의미를 잃어가네요 들어와요 들어와요 초라하지만 여기만은 안전해요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요 내 마지막 향기는 그대 향해 있으니 나는 깨어있을 거예요 매일 밤 그대 곤히 잠들 때까지 봄이 오면 함께.. 더보기
9와 숫자들 - 플라타너스 예쁜 꽃들이 굳세게 피어나도 나는요 기쁘지 않아 시들 날만 떠오르는데요 어리석은 난 꿈꿀 일이 두려워 밤새 잠 못 들고도 해요 목이 쉬도록 온종일 지저귀는 새들의 아픈 노래도 더는 들어주지 않을래요 매정히도 난 놓칠 일이 두려워 그대 손도 못 잡아줬죠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 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 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 지난 계절에 오해와 차이인줄로만 알았고 핑계와 침묵으로만 대했던 헐벗은 추억이 솟아나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너른 잎사귀 흔들어주던 플라타너스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 길모퉁이엔 꼬리를 세운 그리움이 기다려 저벅저벅 도망치던 그 사이 내 손등을 할퀴고 가면 뿌리도 없이 위태로이 버텨온 한 그루의 너 모진 비바람으로 휘몰아치던 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