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우식

기생충 (PARASITE , 2019) 여행 중에 자기 전에 뉴스를 보는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소식을 들었다. 그 날 꿈에는 송강호가 나왔다. 폐교 같은 곳에서 송강호가 아이들을 찾는데, 거울로 본 송강호는 그림자가 없는 남자다. 그림자가 없는 남자, 하면 서양의 수많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거기에 송강호가 위치하니 묘했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오자마자 다음날 '기생충'을 예매했다. 꽤 피곤한 상태로 봤지만 집중하기 좋았다. 용산cgv 15관은 좌석 자리도 넓은 편이고, 한국영화 볼 때 자막이 없기 때문에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4관과 15관 중에 사운드가 좀 더 좋다고 알려진 15관에서 봤다. 보는 내내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둘 다 계급과 가족에 대해 말하지만, '어느 가.. 더보기
마녀 (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 2018) 단숨에 느껴지는 단점이 많은 영화다.대부분의 캐릭터들은 클리셰 그 자체라서, 캐릭터를 채우는 동작과 대사는 거의 인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낯익다.전개에 있어서 작위적인 부분도 꽤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극의 후반부와 배우 김다미의 존재감 때문이다.본격적으로 마녀가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후반부는 한국형 히어로물 시리즈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물론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디테일에 있어서 아직 극복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프롤로그 치고는 굉장히 긴 편이라 빠른 전개를 원하게 되는데, 분명 감독도 이러한 단점을 알았을 텐데도 시리즈를 염두하고 밀고 나갔다는 게 용기 있다고 느껴졌다.물론 결과론적으로 어느 정도 흥행이 되었으니 가능한 이야기지만.캐릭터의 밀도에 있어서도 김다미가 .. 더보기
거인 (Set Me Free , 2014) '여교사'를 먼저 보고 몇 달이 지난 뒤에 '거인'을 봤다.'거인'을 먼저 봤다면 '여교사'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겠다 싶을 만큼, '거인'은 좋은 영화다. 한 소년이 있다.가정으로부터 도망나왔지만, 도망칠 수 밖에 없을 만큼 절망적인 가정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아져서 돌아갈 보금자리일 것이라고 희망을 건다.나쁜 것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그 희망조차 없다면 지금의 전진을 버텨나가기 힘드니까. 소년의 몸은 점점 커진다.작았던 소년에게 갔던 관심이나 보호는 점점 줄어든다.저 소년은 이제 몸이 큰 거인이 되었다.거인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한 번도 보호받지 못했던 소년은 보호받지 못하는 소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거인이 된다.우는 소년에서 우는 거인이 되었다. 소년은 나쁜 짓을 저지르.. 더보기
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그들은 서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