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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메기 (Maggie , 2018) '꿈의 제인'을 보고나서 구교환 배우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단편들을 보게 됐다. 소설로 치면 윤고은, 김희선 작가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만화 같은 발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톤 자체는 귀엽고, 보고 나서 느껴지는 메시지에서는 묵직함이 있는. 단편에서 메시지가 엄청나게 묵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메기'는 굉장히 묵직했다. '꿈의 제인'에 나왔던 배우들을 다시 봐서 반가웠다. 이주영, 구교환부터 시작해서 박경혜, 박강섭까지. 크레딧에서 제작지원에 심달기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페르소나'에 나왔던 그 배우인가 했더니 맞았다. 통통 튀어서 리듬이 과하면 어쩌나 싶을 때마다 문소리가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원석 감독의 '남자사용설명서'가 가장 과소평가.. 더보기
우상 (偶像 , Idol , 2018) 분명 좋은 지점이 존재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 사이사이에 설명 되어야 할 부분이 헐겁다.개연성이 부족하고 디테일이 떨어진다면, 이 거대한 야망을 가진 영화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의 예산은 2억이고, '우상'의 예산은 100억이다.그러나 예산만큼 영화의 질이 상승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한공주'에서 성범죄 장면을 재연한 장면은 변명의 여지 없이 무조건 삭제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상'은 삭제했어야 할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목이 잘리고, 주사를 넣는 등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이유가 무엇인가.게다가 이 영화는 장르물로서 고어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이 영화의 자극은 개연성이 없으므로 불필요하고 불편하다.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영화에 대한 기대는 불안으로 .. 더보기
어느날 (Oneday , 2016) 이윤기 감독이 과대평가 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그의 초기작들은 누가 뭐래도 좋은 작품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날'은 아무리 방어하려 해도 방어하기 힘든 작품이다.이윤기 감독만의 감성이 가장 적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이 영화가 좋았던 순간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었다. 이윤기 감독은 대사가 적을 때 빛난다.'멋진 하루'의 대사는 지금 생각해도 발군이다. 하지만 '어느날'의 대사 중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분위기를 풍기는 대사들은 클리셰 덩어리다.게다가 플래시백조차도 전형적이다.이윤기 감독에게 플래시백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다.그는 현재를 통해서 과거를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능수능란한 감독이다.그런 그가 클리셰로 가득한, 그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영화적 선택들을 나열한 이.. 더보기
곡성 (THE WAILING , 2015) 워낙 빠른 속도로 스포일러가 퍼져서 후다닥 보고 왔다. 대한극장은 주말에도 한적하기에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피곤한 상태였지만 영화가 주는 몰입감이 워낙 크다보니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하더라도 그것이 주는 에너지가 좋다면 좋은 영화적 체험이 되고, 우린 그것을 '재밌다'라고 표현한다. '곡성'은 무척이나 재밌는 영화다. 시작할 때만 해도 히치콕처럼 풀어낼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니 구로사와 기요시가 떠올랐다. 해석과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의견들이 떠돌고 있는데, 사실 보고나서 해석보다 플롯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불러일으키고 몰입하게 하는 플롯을 짜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하다. 곽도원, 쿠니무라 준, 황정민, 천우희 모두 명불허전이다. 이렇게 캐스팅 잘 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