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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우리 선희 (Our Sunhi , 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에게 실망스러웠다.난 그가 자신이 속물인걸 적나라하게 인물에게 투영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서 나의 속물성을 발견할 때의 묘한 감정 때문에 보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배우에겐 잊을 수 없는 작품일지 몰라도, 관객 입장에서 연출자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불편했다.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사라졌다. 한동안 홍상수 영화를 안 보다가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봤다.왜 늘 동어반복인 그의 영화를 보는 걸까.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선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들, 비슷하게 '끝까지 깊게 파봐야지'라고 말하는 그들.동어반복의 뻔한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니까. 홍상수 감독과 첫 호흡인 정재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정유미.. 더보기
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그들은 서로.. 더보기
어떤 방문 - 첩첩산중 '어떤 방문'이라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든 세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중에서 홍상수가 연출한 '첩첩산중'만 보았다. 출연진은 '옥희의 영화'와 동일하게 정유미,문성근,이선균이 등장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작가 김연수가 등장했었는데, '첩첩산중'에는 작가 은희경이 등장한다. 은희경은 참으로 도도하게 나온다. 중편이지만 홍상수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여전히 그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하고 웃게 한다. 정유미가 길에서 통화하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만큼 좋았다. 정유미라는 배우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길에서 혼자 통화하다고 혼자 주저앉기까지 하는데, 대사들이 어찌나 웃기던지. 영화 마지막에 모텔들을 비출 때는 그 수많은 모텔들이 산처럼 보인다. 그 모텔들에서 나온 이들은 서로에게.. 더보기
옥희의 영화 홍상수의 영화 속 인물들이 이젠 내게 웃음을 넘어서 눈물까지 주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의 정유미의 표정과 문성근의 뒷모습과 그들의 사연은 어디에서 들은 법한 이야기임에도 왜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남다은 평론가가 이 영화에 덧붙인 코멘트가 인상 깊었다. " 영화가 감상과 연민에 빠지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끌어안을 때, 얼마나 많은 우연이 우리에게 벅차게 왔다가 슬프게 떠나는가. 그리고 그때, 영화는, 우리는, 그 빈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다시 살아가야 할까 " 홍상수의 영화 속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들을 지켜보며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