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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성

성난 변호사 (The Advocate : A missing body, 2015) 법정드라마 부분보다 발로 뛰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보니 자연스럽게 셜록 시리즈가 떠올랐다. 한 편의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 셜록 시리즈와 같은 탐정물 드라마의 한 편을 본 기분이다. 꽤 잘 짜여진 드라마 에피소드 하나를 본 기분이다. 물론 반전처럼 보여지는 극 후반부는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고 다소 갑작스럽게 수습되다보니 작위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이선균 때문이다. 포스터에는 임원희, 김고은이 등장하나 이들은 매력적인 역할임에도 철저하게 조력자 정도이고, 이 영화는 완전한 이선균 원톱 영화이다. 이선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무척이나 재밌게 볼 수 있을 영화이다. 러닝타임 중에 이렇게 수트를 많이 입고 나오는 이선균을 볼 기회도 흔치 않다. .. 더보기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Hwayi: A Monster Boy, 2013) '화이'는 '지구를 지켜라'의 프리퀄이라고 해도 될 만큼 구조, 인물, 메세지 등이 흡사하다. 완벽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흡입력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장준환 감독이 보여주는 행복은 불안하다. 파멸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복은 툭하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다. 괴물들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은 결국 괴물이 될 운명이다. 그런 소년에게 사랑이나 정 같은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화이'의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석태가 화이에게 품는 애정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전사가 부족한게 사실이다. 석태의 전사가 짧게 등장하긴 하는데, 화이의 아버지들이 모이게 된 계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우리가 목격한 수많은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 더보기
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 2008) 딱히 영화 속 은유들을 살피지 않아도 이 영화는 썩 괜찮은 통속극이다. 욕망에 대한, 어쩌면 뻔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에너지 넘치게 다룬다. 특히 이발해주는 장면에서의 불안함은 영화의 어떤 자극적인 장면보다도 크다. 정소현의 단편소설인 '너를 닮은 사람'이 떠올랐다. 자기기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자본주의에서 하는 가장 많은 실수이자 은폐되기 쉬운 진실에 대해서 영화는 힘있게 말한다. 잘못된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 대해서 이렇게 세련된 방식으로 말하는 한국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진실이 가려져야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 가려져 있는 동안 썩어버려서 진실이었던 적을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