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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牯嶺街少年殺人事件 , A Brighter Summer Day , 1991) 남들이 좋다고 해서 본 '하나 그리고 둘'은 봤을 당시에 썩 감동적이진 않았다. 다 좋다는 영화를 나만 안 좋아할 때면 괜히 한번 더 봐야하나 싶다. 이런 식의 자기검열은 좋지 않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들을 며칠 내내 보니 제법 영화의 지구력이 올라온 느낌이다. 이렇게 4시간 넘는 작품들만 보다가 한 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면 반가우려나 아쉬우려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도 늘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미룬 작품이다. 장첸은 에드워드 양의 작품으로 데뷔해서, 왕가위와 허우샤오시엔까지 거장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다. 양정이는 이 작품 이후로 미국에서 산다고 하는데 계속 배우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양정이의 존재감이 영화에서도 중요한 장치니까. 영화 중후반에 217파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어둠 속에 전투가 펼쳐지.. 더보기
일대종사 (一代宗師 , The Grandmaster , 2013) 사랑하는 이를 오랜만에 만난다면 단숨에 달려가게 될까.막상 그 순간이 되니 오히려 주춤하게 된다.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가 내게 그랬으니까.내게 영화의 첫사랑과 같은 그의 신작을 오랜만에 보는 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일대종사'를 보면서 가슴 벅찼던 이유는 내가 보고 싶었던 왕가위의 지점들이 영화 안에 담겨있었다는 거다.'화양연화'의 변주로 보이는 사랑의 무드, 이미지로 만드는 서사, 서정을 자아내는 화면의 디테일, 촬영과 음악까지 그동안 그의 전작에서 곱씹던 지점을 신작을 통해 봐서 마음이 좋아졋다. 무공을 지키고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 '지킨다'는 것의 가치에 대한 영화다.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지키려 하고, '일대종사'에서는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