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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1987 (1987:When the Day Comes , 2017) 평일에 퇴근하고 극장에 간 것은 오랜만이다.회사 근처에 극장이 많다는 것은 복이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이 켜지는 극장은 영화가 끝날 때쯤 후회하게 된다.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와 마찬가지로 '1987'도 엔딩크레딧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이기에 불이 켜지는 순간 감흥이 싸늘하게 식어서 자꾸 씁쓸한 뒷맛으로 남는다. 박종철에서 이한열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다룬다.'택시운전사'와 '1987'의 공통점이라면 장훈, 장준환 두 감독 모두 이전 작품들은 본인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작품이지만, 근현대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을 소재로 다른 사람의 각본을 토대로 연출을 했다.'택시운전사'는 연출이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서 소재에서 발생되는 과잉되는 정서를 방치해버린다. '1987'은 소재를.. 더보기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 2017) 장훈 감독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특이점이 전혀 없다.영화적으로 안전한 선택들, 클리셰의 연속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전적으로 소재의 몫이다.광주민주화운동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밖에 없는 소재다.그 소재에 대해 안전한 선택을 했다. 다루는 것 자체로도 힘이 되는 소재가 있다.그러한 소재의 영화는 많을수록 좋다.좋은 소재를 좋은 연출로 만드는 영화가 늘어나야 하니까. 검열의 시대를 지나느라 말하지 못한 영화들이 많다.앞으로라도 이런 영화가 많아지길 바란다.다만 영화적으로는 좀 더 도전적이기를 바라게 된다.다만 임상수 감독의 '그때그사람들'이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처럼 근현대사를 다룬다면 그에 대해 아예 도전적이거나 밀도 있게 시도해보는 영화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더보기
베테랑 (Veteran, 2015) CGV압구정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는 '지슬'과 '비념'이었다. 오랜만에 CGV압구정을 찾았고, 영화 '베테랑'을 보게 되었다. '부당거래' 전까지의 류승완 감독은 여러 장르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의 영화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했다. 그런 그의 영화 중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주먹이 운다'가 인상적이었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 때문이었다. 그가 액션의 합을 어떻게 짜느냐보다는, 어떤 온기를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냐가 내게는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의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부당거래'는 사.. 더보기
극비수사 (The Classified File , 2015) 곽경택 감독은 인상적인 감독이다. 그의 작품이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 않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능한 감독이다. 설명 못할 끌림을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고, 그런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은 타고난 감각이 아닐까 싶다.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는 많이 흔들렸지만, '극비수사'는 그런 그에게 터닝포인트라고 해도 될만큼 좋은 작품이다. 사실 감독보다도 김윤석과 유해진이라는 두 배우에 대한 기대로 보게 된 영화이다. '친구'를 비롯해서 거친 톤의 영화로 명성을 알린 곽경택 감독이지만, 그의 장기가 휴머니즘일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극비수사'를 통해서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지고, 긴장감도 비교적 잘 유지해나가며 러닝타임을 이어나간다. 일단 배우들의 연기호흡이 굉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