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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터널 (Tunnel , 2016)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로 인해 몇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볼 수 있었다.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서 어떤 1인극을 보여줄 것인가, 감독 김성훈은 '끝까지 간다'에 이어서 어떤 장르극을 보여줄 것인가,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베리드'와는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것인가. 위와 같이 세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봤고, 전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정우의 연기는 여전히 좋은 리듬을 가지고 있고, 김성훈은 최동훈만큼이나 영리한 상업영화감독임을 증명한다. '베리드'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역시 한국적 정서일텐데, 911테러와 세월호라는 두 재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어떤 정서를 품고 있냐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좋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대감,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터널'은 처음부터 .. 더보기
대배우 (THE GREAT ACTOR, 2015) '대배우'의 석민우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의 데뷔작인 '대배우'는 각종 영화적 설정에서부터 박찬욱 감독의 영향력이 많이 묻어난다. 문제는 딱 설정까지만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봤던 감독, 배우, 현장에 대한 느낌은 있을지 모르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의 깊이를, 다른 종류의 새로움을 이 영화에서 발견하긴 힘들다. 배우들의 연기로 끌고 가기에는 각본 자체가 너무 부실하다. 아예 박찬욱 감독의 영화현장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그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균열을 보여줬다면 차라리 흥미로웠을 것이다. 패러디식으로 가져왔지만, 가십 정도의 흥미만 줄 뿐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석민우 감독은 좋은 감독과 작업하며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본.. 더보기
암살 (Assassination, 2015) 소재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는 식의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박하다. 역사와 정치 관련 소재에 대한 영화라고 무조건 추앙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러한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내게 영화는 아이템과 상관없이 완성도와 취향의 영역이다. 영화사와 문학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소재가 평가의 잣대라는 그 논리가 참이라면, 지금 당장 예술의 역사는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당시에 굉장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다. 걸작이라고 부르는 예술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누가 봐도 좋아보이는 이야기와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의 무게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암살'은 고마운 작품이다. 소재에 있어서 .. 더보기
베테랑 (Veteran, 2015) CGV압구정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는 '지슬'과 '비념'이었다. 오랜만에 CGV압구정을 찾았고, 영화 '베테랑'을 보게 되었다. '부당거래' 전까지의 류승완 감독은 여러 장르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의 영화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했다. 그런 그의 영화 중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주먹이 운다'가 인상적이었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 때문이었다. 그가 액션의 합을 어떻게 짜느냐보다는, 어떤 온기를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냐가 내게는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의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부당거래'는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