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Movie 2017.04.19 09:24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

'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

그들은 서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뛰고 서로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그들은 부산행열차처럼 직진만 할 뿐, 우회나 후진 등은 생각할 수 없다.

생각이 생기고 의식이 생기는 순간 도태된다.

미친 사회에서 벗어날 방법은 범법자가 되거나, 미치거나, 죽는 수밖에 없다.


한정된 생존의 조건 안에서 최대한 많은 이들을 죽이고 자신의 영역을 늘리는 것이 답인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유대하고 공동체의식을 획득한 이들이 한정된 조건 안에서도 생존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공동체의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고, 그것은 현 시대에도 시민의식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된다.


생존을 위해 뛰는 부모, 뛰느라 애정을 표현할 시간도 없는 그들은 자신들이 뛰었던 목적이 가족의 생존이었음을 죽음으로 증명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영화가 끝나고, 현 시대의 시민들이 타고있는 자본주의와 경쟁의 열차는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직진해간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지만 생존을 위해 우리는 또 다시 그 열차에 타고, 그것은 계속해서 대물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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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The Window , 2012)

Movie 2012.12.29 12:11



꼭 필요한 불편함이라는 것이 있다.
반드시 느껴야만 하는 불편함.
연상호 감독은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데 도가 튼 감독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생각하면 항상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폭력과 권력 관계를 애니메이션으로 다룬다.

창이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들.
연상호 감독이 계속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던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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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 2011)

Movie 2012.02.06 00:33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 좋아한다,
자극 많이 받는다, 행복보다는 불행을 볼 때.

섬뜩한 영화이다.
내가 지금 이 좌석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낯설어지는 장면들이 있을 만큼.
이 영화의 에너지는 거의 스크린을 뚫고 나와서 가슴이 덜컹할 때가 많다.

2009년도에 극장에서 봤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봤을 때와 비슷하다.
방관자들이 제일 나쁘게 느껴졌고, 에너지가 넘치고, 영리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개들을 보면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오르고, 철이를 보면서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이 떠오르고,
정서적으로는 이영광의 시 '이따위 것'이 떠올랐다.

결말이 정말 환상적이다.
왕, 따위는 없다.
아니 감히 우리는 왕을 볼 수 없는 '따위의 것'이다.

영화 속 가장 무서운 장면은 폭력을 지켜보고 있는, 아니 방관하고 있는 돼지 머리를 하고 있는 반 아이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아이들이 정말 괴물이다.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돼지의 왕'이 말하는 폭력을 실사로 풀어내면 그 잔인함을 눈 뜨고 보기 힘들 것이다.

아역들의 성우를 여배우들에게 맡긴 것도 좋았다.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연약함이 느껴졌다.

'파수꾼'이 더 냉정한 시선으로 독기를 품으면 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연상호 감독의 단편인 '사랑은 단백질'에서 보여준 그로테스크함은 장편에서도 이어진다.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정말 모두 경악할 만한 엔딩을 보여줄 예정이라는데 지금도 '돼지의 왕'의 엔딩의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힘든데 어떤 엔딩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것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영화여서 좋았다.
괴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상암 시네마테크에게 너무 고맙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다시 상영해주어서.
스크린으로 이 엄청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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