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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그들은 서로.. 더보기
창 (The Window , 2012) 꼭 필요한 불편함이라는 것이 있다. 반드시 느껴야만 하는 불편함. 연상호 감독은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데 도가 튼 감독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생각하면 항상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폭력과 권력 관계를 애니메이션으로 다룬다. 창이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들. 연상호 감독이 계속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던져줬으면 좋겠다. 더보기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 2011)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 좋아한다, 자극 많이 받는다, 행복보다는 불행을 볼 때. 섬뜩한 영화이다. 내가 지금 이 좌석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낯설어지는 장면들이 있을 만큼. 이 영화의 에너지는 거의 스크린을 뚫고 나와서 가슴이 덜컹할 때가 많다. 2009년도에 극장에서 봤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봤을 때와 비슷하다. 방관자들이 제일 나쁘게 느껴졌고, 에너지가 넘치고, 영리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개들을 보면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오르고, 철이를 보면서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이 떠오르고, 정서적으로는 이영광의 시 '이따위 것'이 떠올랐다. 결말이 정말 환상적이다. 왕, 따위는 없다. 아니 감히 우리는 왕을 볼 수 없는 '따위의 것'이다. 영화 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