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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그들은 서로.. 더보기
굿바이 싱글 (GOODBYE SINGLE , 2016) 개성 있는 영화제작사가 등장한다는 것은 관객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최근 '광화문시네마'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굿바이싱글'을 주목한 이유 또한 광화문시네마에서 주로 활동한 김태곤 감독의 첫 상업영화이기 때문이다. 김태곤 감독은 연출작인 '1999,면회'로 기존에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색깔의 영화를 보여주고, 그가 제작과 각본으로 참여한 '족구왕'은 최근 독립영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굿바이싱글'은 개성이 강한 영화는 아니다. 김태곤 감독의 색깔이 따로 느껴지지 않는, 충무로에서 잘 기획된 영화 중 하나 정도로 느껴진다. 특히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작위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인물들이 관계가 가장 중요한 영화인데 관계가 형성되고 해결되는 방식에 있어서 무책임한 부.. 더보기
군도 (KUNDO : Age of the Rampant , 2014) 윤종빈 감독은 메세지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쳐있던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군도'는 메세지보다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순도백퍼센트의 오락영화이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성이 짙었다. 하지만 '군도'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나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최소한의 서사를 깔아두고 많은 볼거리와 함께 전진한다. 영화의 전사들은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정서가 갑작스럽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캐스팅으로 미니시리즈를 만들기에는 무리겠지만. 캐릭터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고, 캐스팅도 좋았다. 특히 이성민의 연.. 더보기
부당거래 류승완이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난 그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지금의 '부당거래'까지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는 좋은 액션감독이기도 하지만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감독이다. 그에게서 감동했던 대부분의 순간은 액션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당거래'의 각본가는 류승완 감독이 아닌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이다.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굉장하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이 이런 일이 정말 있을까라고 말했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마침 이 시기에 뉴스에 이 영화보다 더한 일이 터져버렸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쓴 각본이 아닌 다른 이의 각본으로 작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