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류승범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Dachimawa Lee , 2008) 류승완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B급 감성의 코미디다.아마 처음 공개되었을 때 봤다면 지금보다 더 재밌게 봤을 것 같다.유머가 가장 힘든 이유는 시대에 상관없이 절대적인 유머를 만드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일 거다. 변사가 진행하는 마당극 혹은 무성영화의 형식에다가 장르적으로는 웨스턴과 히어로액션을 적극 차용한다.장르 안에서 마음껏 놀때의 류승완 감독은 신나 보이기에 감상하면서도 즐거움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임원희의 매력이 컸다.여전히 감초역할로 많이 나오는데, 임원희는 충분히 원톱으로도 멋진 존재감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한다.웹드라마라도 좋으니 다찌마와리 캐릭터를 다시금 살릴 수 있다면 충분히 많은 대중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더보기
나의 절친 악당들 (Intimate enemies, 2015) 임상수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는 걸작임에 틀림없다. 아쉽게도 그의 최근작인 '돈의 맛'을 보고 실망했고, '나의 절친 악당들'은 더욱 더 실망했다. 두 영화 모두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많이 묻어있다. 하지만 내가 임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굉장히 냉소적으로 풀어내는 현실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희망보다 냉소를 말할 때 더 빛나는 감독, 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슬픈 말일까. 예고편과 초반부를 보면서 예상한 분위기는 데이빗린치의 '광란의 사랑'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지아장커의 '천주정'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톤으로 갔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임상수 감독이 진지하고 냉소적인 톤의 영화 속에서 살짝 던지는 위트는 좋지만, .. 더보기
베를린 데뷔작 이후로 류승완은 항상 액션감독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내가 류승완을 보면서 감동했던 순간은 항상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였다. 류승완은 드라마에 강한 감독이라는 생각은 '부당거래'를 통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베를린'은 좋은 드라마이다. 훌륭한 액션과 좋은 대사로 만들어진 괜찮은 드라마이다. '부당거래' 이전의 류승완 영화들은 액션이 주가 되고 드라마는 액션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베를린'은 드라마가 주가 되고 액션은 드라마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보아온 류승완의 각본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 '베를린'을 본 사람은 누구나 전지현을 칭찬할 것이다. 장만옥이 떠올랐다. 미스 홍콩으로 데뷔해서 소모적인 상업영화들에 출연하다가 왕가위, 관금붕 감독을 만.. 더보기
부당거래 류승완이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난 그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지금의 '부당거래'까지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는 좋은 액션감독이기도 하지만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감독이다. 그에게서 감동했던 대부분의 순간은 액션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당거래'의 각본가는 류승완 감독이 아닌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이다.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굉장하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이 이런 일이 정말 있을까라고 말했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마침 이 시기에 뉴스에 이 영화보다 더한 일이 터져버렸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쓴 각본이 아닌 다른 이의 각본으로 작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