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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

극한직업 (extreme Job , 2018) 배세영 작가를 보면 꾸준히 쓴 작가에게 전성기는 찾아온다는 걸 느낀다.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의 유머코드는 가장 공감의 범위가 넓지 않나 싶다. 기획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런 식의 뚝심으로 희소성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획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더보기
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그들은 서로.. 더보기
자유의 언덕 (HILL OF FREEDOM, 2014) 홍상수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해왔다. 홍상수는 시간의 속성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즉흥적인 작업스타일이 유효할 수 있는 것도 그가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업 전에 카세료에게 일본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마침 가져온 책의 제목이 '시간'이었다고 한다. 완벽하게 세팅한 감독들에게도 풀기 힘든 이야기들이, 홍상수의 시선 안에서는 우연을 통해서 쉽게 풀어지는 이유는 그가 말하려는 메세지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고, 필연 같은 우연에 대해 그려낸다. 남들이 하나의 인위적인 세계를 구축할 때, 그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편지를 읽는 이가 편지를 떨어뜨리고, 순서가 뒤바뀐 편지를 읽게 된다. .. 더보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뒤늦게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을 보게 되었다. 구효서의 '낯선 여름'이 원작 소설인데 그의 데뷔작은 그의 최근작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과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나 자신에게서 보아온 모습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보아온 모습도, 홍상수의 카메라 안에서는 왜 이렇게 신비롭게 보이는걸까. 위선적인 이들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일까. 어른이 되었을 때,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큰 상처를 입었을 때, 무엇인가 세상에 한 발 디딜 때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면면을 접할 때마다 내게 다가오는 홍상수의 의미가 바뀌어감을 느낀다. 내가 그의 영화를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보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그의 데뷔작이 나온 시기에 어른이었다면 어땠을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