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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비극을 보여주는 영화는 차고 넘친다.

몰입해서 함께 불안해할 수 있는 영화는 극소수이다.

 

'테이크 쉘터'는 어느새 관객들도 함께 불안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저예산임에도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제작한 것이 느껴지는 영화이고, 음악 사용과 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영리함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사회구성원을 불안하게 하는 시스템은 그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가장 큰 신호이다.

멸망을 걱정하며 방공호를 만드는 커티스의 이야기는 중산층 가장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불안이다.

가장의 불안은 그 밑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염된다.

불안보다 큰 전염성을 가진 전염병이 세상에 존재할까.

 

가족에게 자신의 두려움에 대해 고백하는 것이 관객 입장에서는 쉽게 보이지만, 사실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믿음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속앓이를 하며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는 순교자와 같은 가장의 삶이 미화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보고나서나 여전히 불안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내가 지켜낼 수 있을까.

그들을 지킬 힘이 없을 때 나는 그들을 떠나야하나.

그들 옆에 있고 싶다는 가장 원초적 욕구가 우리가 구성원이 된 이유는 아니었나.

 

관계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포기해야된다는 명제는 절대 참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무조건적인 희생은 폭력인 경우가 많다.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관계, 그것이 영화보다도 더 큰 판타지가 되어버린 세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