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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초인 (Overman , 2015)

 

윤종신의 '사라진 소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감탄했다.

뮤직비디오의 주연으로 등장한 채서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초인'은 채서진이 나오기에 더욱 기대하고 봤다.

제목은 니체의 책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절에서 따왔다.

제목에서부터 예상가능하지만 문학이 꽤나 중요한 텍스트로 쓰인다.

 

문제는 이 영화가 단편영화도 단막극드라마도 아닌 영화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 이 영화의 깊이와 메시지가 장편영화에 적합할까.

 

이 영화가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두 배우가 가진 고유의 매력 때문이다.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대사가 많은데 오히려 배우의 매력으로 채워나간 부분이 많다.

두 사람의 감정선 또한 매끄럽게 진행되는 느낌보다는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느낌이 더 크다.

 

문학이 쓰이는 방식 또한 부자연스러웠다.

문학이 너무 도구적으로 쓰인 느낌이라, 좀 더 섬세하게 녹여서 쓰였다면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질감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은 충만하지만, 그 감성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탄탄한 구성이 필요하다.

'초인'의 넘쳐나는 감성은 감독 개인에게만 국한되어있는 느낌이다.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그런 장면들은 '초인'만의 장면이기에 매력적인 게 아니라, 채서진과 김정현이라는 두 배우가 숨만 쉬어도 느껴졌을 매력이다.

두 인물을 둘러싼 환경도 좀 더 정리하고, 두 사람이 교감하는 것에 철저하게 집중했다면 이 영화를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 좋은 재료가 많은 영화라서 더 아쉽다.

다른 것보다도 두 배우의 존재감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풋풋해서 바라본봐도 좋은 배우들의 존재감을 넘은, 구체적인 청춘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별할 수 있는 지점에서조차 클리셰로 가서 너무 아쉬운 순간들이 많다.

나 혼자 상상한 장면으로 '초인'을 좀 더 아름답게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