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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이야기

소금호수


 




1. 차악


최악인 사람들이 있다.
함께 말 섞기도 싫은 인간들.
이 사람이 내 뿜는 이산화탄소를 내가 먹어야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 그런 사람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일 수 있겠지만.

정말 최악인 것은,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그 증오의 지점이 내게서 발견될 때이다.
그때는 정말 답이 없다.

항상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만났다며 안심하는 삶에서, 그 순간 나는 그렇게도 외면하던 최악을 발견한다.
영화 '히든'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자기 앞에서 죽은 누군가를 잊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극적인 매체로 그 기억을 덮으려는 장면이.

어쩌면 그래서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극적인 영화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2. 갈증


오늘 하루 난 사람을 만나서 100을 채운다.
이렇게 정해놓으면 다 채워야한다.
만약 정해져있던 약속이 취소되면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지금 시간이 되는 누군가를 결국 불러내어서 내 갈증을 채워야만 집에 갈 수 있는, 그런 순간들.

그러고나면 공허함은 딱 곱하기 2를 해서 200만큼 온다.
먹을 것을 위에 가득 털어넣어도, 물을 몇 리터씩 먹어도, 사람을 하루에 수십명 만나도 결국 채워지지 않는다.

이것을 깨닫게 된 몇 달 전에서야 나는 사람에 대한 욕심을 유지하되 미련은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아직도 참는 중이다.
담배 같은 습관이다.
평생 참아야할 것이지 결코 고쳐질 성향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쳐졌다고 오만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일 것이다.

갈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 목이 말라서 눈에 보이는 소금물을 마구마구 마셔대면 이렇게 될 것이다.
결국 난 사람에 대한 탈수증으로 쓰러져 죽을 것이다.
난 무인도에서도 사막에서도 물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죽을 것이다.

물 때문에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3. 블랙홀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은 마음에 블랙홀이 있는 사람이다.
위에서 말한 갈증과 비슷한 맥락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블랙홀을 채우는게 아니라 그냥 블랙홀이 존재하는 그 세계 위에 새로운 세게를 덮어씌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찾고 있다.
근데 대부분의 세계들, 세계라도 믿고 있던 것들은 그저 작은 별들에 불과해서 금방 부숴져서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다.

블랙홀을 의식 안 하고 천연덕스럽게 지낼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끝날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성격의 문제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4. 고마워

블랙홀, 소금물 이런거 다 상관없이 그저 생각만 해도 좋은 것 밖에 없는 사람.
고마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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