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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인사이드아웃 (Inside Out, 2015)

 

 

 

여전히 내게 픽사 최고의 영화는 '토이스토리3'이고, 최고의 장면은 '업'의 전반부에 등장한다.

물론 '인사이드아웃'도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재밌게 보고 있는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과도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결국 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픽사는 항상 유년기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유년기를 그저 흘려보낼 뿐, 유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건넨 적이 없었는지 도 모른다.

그런 우리들에게 빙봉의 마지막 인사는 기억 한 켠에 묻어둔 유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눈 인사이기에 더욱 울컥하게 한다.

 

슬픔, 기쁨 등 사람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사람의 감정에 대한 수많은 공간 중 가장 궁금했던 공간은 기억의 쓰레기통이었다.

'정말 삭제하겠습니까?'라는 물음도 없이 풍화되어간 기억들 중 내가 지우면 안 되었을 기억이 있으면 어쩌나 괜히 보는 내가 다 불안했다.

기억의 쓰레기통에서 며칠 살다 나오게 된다면 슬픔과 기쁨 중 어떤 감정과 더 친밀해져서 나오게 될까.

 

슬퍼하는 법도 연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은 슬픔을 숨기는 것에 능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극장에 울 준비를 하고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순간이 아니면 울거나 슬픔을 털어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별로 없는 극장에서 조조영화를 보면서 맘 놓고 울 수 있는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눈물의 순간이다.

일상에서는 눈물을 참는 순간이 더 많다.

아니, 눈물을 참는다는 것을 인지할 틈도 없이, 눈물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픽사 덕분에 덜 외로워졌다.

나와 항상 함께하는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들이 하나의 캐릭터라고 인지하고 살 수 있다면 나는 분명히 덜 외로워질 것이다.

마치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보고난 뒤에 방의 불을 끄고 몰래 장난감들을 지켜보며, 장난감들이 일어나서 말하기를 기다리는 순간처럼, 여러 감정 사이에서 힘들 때 내 머리 속에 있는 감정들이 살아움직인다고 느낀다면 우린 덜 외롭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픽사를 보고 나서 느끼는 든든함의 원천은 결국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에서 온다.

픽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느끼는 유대감과 어른들이 느끼는 따뜻함, 그렇게 세상은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도 충분히 따스한 온기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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