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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이소라 - Track 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서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이 하늘 거쳐 지나가는 날 위해

 

 

 

'Track9'을 들을 때마다 홍상수의 데뷔작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홍상수의 영화를 '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후기작들을 먼저 본 내게 홍상수가 지속적으로 말하는 시간과 우연의 문제들은 결국 죽음에 이르겠다고 생각했고, 뒤늦게 본 그의 데뷔작에서 죽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소라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근본적으로 탄생에 대한 회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 'Track9'은 그런 생각을 증폭시켜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의도치 않게 태어나,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고 원망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불운이라고 해야할까.

사랑은 언제나 시련을 동반하고, 절대적인 수치로 계량화해보자면 행복은 시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을 자랑한다.

그렇게 희소한 행복을 우리는 즐거움이라고 말하며 시련을 견뎌낸다.

 

행복하고 싶다, 라는 푸념을 들으면 사랑하고 싶다, 라는 말로 알아듣던 시절이 있다.

이젠 행복이라는 단어 앞에 사랑 말고도 무수히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고,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곤 한다.

 

사람이 슬픈 것은 결국 혼자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고, 미련을 가지고, 상처 받고,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죽을 것처럼 좋아하더니, 혼자가 되어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 용납되지 않아서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멀쩡한 살 위에 상처를 내고, 난 이렇게 결여되어 있으니 보듬어줘, 누군가 필요해, 라고 말한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넌 왜 잘 보듬어주지도 못하냐, 라고 투정을 부릴 수도 있고, 결국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스스로 상처 위에 연고를 바르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어차피 결여되어있어, 포기해, 라고 말 하곤 한다.

누구나 안다.

자신이 결여되어있고, 결국 완전하게 채워지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도.

결국 고독의 방점은 자신의 결여된 부분을 발견하는 순간이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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