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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 2017)


꼭 필요한 소재라는 것이 있다.

그 소재를 다큐가 아니라 극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짜임새가 필요하다.

'아이 캔 스피크'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잘 만든 영화다.

소재에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하게 과잉시키지도 않는다.

오히려 김현석 감독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서 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나문희의 연기는 알고도 울게 된다.

분명 그녀가 관객을 울릴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담담한 그녀의 표정과 말투 앞에서 버틸 수 없다. 

소재를 핑계로에 고통스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보여줬던 과잉된 연출의 영화는 이 영화 속 담담한 나문희의 표정을 보면서 배웠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톤에 있어서는 절제가 반드시 과잉을 이긴다.

도구적으로 상처를 사용하는 영화나, 소재가 가진 힘을 연출의 힘인듯 속임수처럼 사용하는 영화는 폭력적인 방식의 영화다.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엄혜란과 나문희가 합을 맞춘 후반부 장면이다.

나옥분이 진주댁이 자신을 피하자 따지러 가는데, 왜 피하냐는 말에 진주댁은 섭섭해서라고 말한다.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메세지가 가장 극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오히려 미국으로 넘어가서의 장면보다 이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결국 공동체의식에 대한 영화다.

나옥분은 공동체를 위해서 민원을 넣고, 국제사회에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말한다.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냐는 묻는다면, 개인이 공동체에 주는 영향이 결국 모두를 움직이고 세상을 바꾼다고 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