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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 2012)


우울할 때 찾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사에 남은 걸작은 아닐지라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들.
'하나와 앨리스', '스윙걸즈', '미스리틀선샤인' 같은 영화들이 내게는 그런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제 영화 하나를 추가해야할 것 같다.
바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다.

워낙 제니퍼로렌스를 좋아해서 보게되었다.
데이빗O러셀 감독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데 도가 튼 배우이다.
오스카상을 받으려면 데이빗O러셀 감독을 찾아가는게 좋겠다고 느낄 만큼.

데이빗O러셀 감독의 영화답게 스토리는 단조롭지만, 생기 넘치는 인물로 인해서 극 전체가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권태로운 연애 동안 함께 수백번 걸었던 산책길이 단조롭게 느껴지다가도,  새로운 연인과 걸으면 설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데이빗O러셀의 영화는 배우 보는 재미가 팔할이다.
로버트드니로는 아들에 대한 애정조차도 스포츠내기 앞에 생기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로버트드니로가 연기한 코미디캐릭터 중에 제일 웃겼다.
브래들리쿠퍼는 처음에 자신이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버트드니로의 추천으로 이 영화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덕에 브래들리쿠퍼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이 영화를 보고 제니퍼로렌스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원래 앤헤서웨이가 캐스팅되었다가 하차했다는데, 제니퍼로렌스나 이 영화에게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니퍼로렌스와 앤헤서웨이가 사이좋게 함께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을 받았으니 서로에게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루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경 쇠약 직전의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가 참 매력적이다.
엄청 말도 많고 산만함에도 사랑스러운 것은 전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덕분이다.
상처받은 이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주는 것만큼 따뜻한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이들이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이다.

주인공 남녀가 춤을 춘다는 설정이 좋았다.
세상에 춤만큼 사랑을 표현하기 좋은 것도 없다.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췄다는 것이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설득력을 만들어준다.
춤의 힘을 우리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댄스 경연대회가 끝나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기에는 낮은 점수를 받은 주인공 남녀를 향해 사람들은 위로와 연민을 보낸다.
그런데 도리어 주인공들은 가족들이 했던 내기 때문에 자신들이 받은 점수에 대해 환호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준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만큼 따분한 것도 없다.
사랑에서나 일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영화를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11월 4일에 제니퍼로렌스가 내한을 한다고 한다.
'헝거게임' 시리즈 홍보차 내한하는 것인데, 오히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찾아오는 이들이 더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