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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소영이 - 새벽

 

 

  

 

안녕 잘 지내지 너무 오랜만이다
어느새 우리 이만큼이나 편하게

사실 좀 놀랐어 내겐 전부였었던
너와 헤어진 뒤에 너무 덤덤한 내 모습

시간이 흐르면 너도 날 잊어가겠지
우리의 사랑도 저 멀리 아득히

네가 그리워 이러는 거 아니야
별 뜻 없고 그냥 새벽이잖아

시간이 지나면 나도 널 지워가겠지
우리의 사랑도 저 멀리 아득히

내게 돌아와 주길 바라는 건 아니야
별 뜻 없고 그냥 새벽이잖아
별 뜻 없고 그냥 새벽이잖아

 

 

 

 

처음에 들었을 때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재생되는 줄 알았다.

전주에서 오는 느낌이 무척이나 비슷하다.

나도 모르게 이소라의 가사 속 '윤오'라는 이름을 기대하며 들었다.

윤오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생기면 꼭 이소라의 노래가 주는 감흥에 대해 묻겠다고 생각했으나, 아직까지 윤오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김정균이 부른 '밤이라 그래'와 비슷한 맥락이다.

밤과 새벽은 우리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새벽이 면죄부가 되어준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멋쩍게 밤이라 그래, 새벽이잖아, 라고 말했던 순간들.

 

아침에 눈을 뜨면 부유물처럼 떠오르는 새벽의 기억들이 나를 괴롭힐 때가 많아서, 새벽을 온전히 느낄 때보다는 철저하게 방어적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훨씬 많다.

새벽이라고 딱히 더 용기를 냈던 적보다는, 조금은 더 마음 편하게 가슴앓이했던 순간이 더 많았다.

혼자 가슴앓이하는 순간조차도 조심스러워서 용기가 필요했던 새벽.

 

새벽에 그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렇게 어긋난 순간들을 연결해서 가다보면 새벽은 아침이 되고, 아침은 다시 시간을 지나 새벽이 되고, 그렇게 새벽은 돌고 돌 것이다.

그 누구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서로 마주보고 단단하게 엮인 이들보다는 혼자인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허락하는 시간이 새벽이 아닐까.

 

누군가의 새벽을 훔쳐볼 수 있었다면, 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믿고, 훨씬 더 많은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