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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셀마 (Selma, 2014)

 

 

 

씨네21 영화제에서 예매한 세 편의 영화 중 그나마 가장 편하게 본 영화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고, 마틴루터킹의 전기영화이기에 보는데 불편은 없었다.

울컥하는 장면도 많은 웰메이드 영화이다.

 

한 개인의 일생을 다루는 영화는 이미 결론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어떤 시선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냐가 관건이다.

전기형식이기에 베넷밀러의 '카포티'와 스파이크리의 '말콤X'가 떠올랐지만,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앨런튜링의 일생을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이다.

비슷한 형식으로 전개되는 두 영화가 아카데미에서는 상반된 대우를 받은 것은 아쉽다.

 

과잉될 만한 지점이 많음에도 절제를 잘해서 좋았다.

셀마에서의 사건을 다루면서, 마틴루터킹의 개인사를 비롯해서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었다면 극의 핵심이 흐려졌을텐데 일관성 있게 셀마에서의 이야기에 집중한 게 현명했다.

헐리우드에서 좋은 시나리오라고 불리면서 돌아다닌 시나리오라는데 그럴 만하다고 느꼈다.

 

아카데미시상식을 비롯해서 많은 영화제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인데, 존레전드와 커먼의 조합이라는 것만으로도 'Glory'는 좋은 곡이 될 운명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랩퍼 중 한 명이 커먼인데, 그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오프라윈프리는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카르멘 에조고는 여태껏 봐온 흑인배우 중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고, 여전히 내겐 '저수지의 개들'로 기억된 팀로스가 나이를 먹고 있음을 느꼈다.

데이빗오예로워는 아예 목소리 톤부터 마틴루터킹으로 바꿨나 싶을만큼 비슷했다.

 

영화가 끝나고 GV 때 허지웅 평론가가 해설을 하면서 했던 말이지만, 한 개인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일으키고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틴루터킹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영웅을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

영웅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는 없고 체념 뿐이다.

그렇게 아무 것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영웅이 나타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고, 만약 나타난다고 해도 지지해줄 용기는 이미 사라진 뒤일 것이다.

지금부터 조금씩 움직이는 것,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