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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버드맨 (Birdman , 2014)

 

 

 

장점투성이 영화여도, 감정의 울림이 없으면 9점 짜리 영화이다.

무결점인데 감정의 동요까지 느껴지면 만점 짜리 영화이다.

만점짜리 영화는 영화가 개인의 정서를 꽉 채워주는 순간에 탄생한다.

 

'버드맨'은 적어도 내겐 만점짜리 영화이다.

애초에 원 씬으로 진행되는 코미디를 생각하며 각본 작업 때부터 리듬을 고려했다는 연출의도에 맞게,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카메라워크가 압도적인 영화이다.

카메라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단순한 영화감상이 아니라, 영화 속 배경인 연극무대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영리하게 배치한 음악 덕분에 '버드맨'의 리듬은 두 시간 짜리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아모레스 페로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헐리웃에 진출한 뒤에 찍은 '21그램'과 '바벨' 등의 영화는 좋은 이미지들이 많음에도 과잉되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런 그에게 '버드맨'은 필모그래피의 분기점과 같은 영화이다.

이전 영화들에 비해 훨씬 경쾌한 리듬과 위트를 가지고 있다.

항상 함께했던 음악감독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와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버드맨'엔 참여하지 않았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인들의 삶에 하나의 사건이 어떤 파급력을 가져다주는지에 몰두했던 사건 중심의 서사가 이번에는 완전히 캐릭터 중심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관념적으로 보였던 전작들과 달리 서사와 메세지가 훨씬 뚜렷했졌다.

 

캐릭터 중심의 영화인데, 그 중심이 되는 캐릭터를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고 있다.

'더 레슬러'의 미키루크가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이클 키튼이 오스카에 다시 후보로 오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의 수상을 빌었지만 안타깝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이클 키튼의 인생과 닮은 구석이 많은 캐릭터인데, 그 덕분에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스카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마이클 키튼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클 키튼은 자신이 연기한 역할 중 '버드맨'에서 맡은 역할이 가장 이해가 안 되었다고 한다.

 

나오미 왓츠, 엠마스톤, 에드워드 노튼 등 이냐리투 감독에게 호감을 표시했던 유명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온다.

오히려 이들보다도 '행오버'에 나왔던 자흐 갈리피아나키스와 "섀도우 댄서'에 나왔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버드맨'은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리듬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좋은 예가 되는 영화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배우들에게 촬영 전에 외줄타기하는 사진을 보내줬다고 한다.

'버드맨'은 보는 내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보는 느낌이다.

 

처음엔 마이클키튼의 외줄타기를 보던 관객들은 어느새 자신도 외줄 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구나 자기 삶의 정점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고, 추락하는 시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줄타기를 이어나갈 것인지, 지상으로 내결올 것인지는 선택하기 나름이다.

 

'버드맨'이 보여준 캐릭터들의 선택들을 보며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하긴 힘들겠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떤 선택을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무엇을 선택해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될 것이라면,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추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타인에 시선도 많이 의식한다.

'버드맨'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에 대한 정면돌파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외줄타기의 끝이 반드시 추락이라는 편견을 걷어냈을 때, 삶은 새로운 지점을 열어 보여준다.

조금 추하더라도 외줄에 매달려 바둥바둥거리다보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다만 두려움이 사라진 뒤 남은 용기로 멋지게 추락한다면 박수를 쳐야할까.

삶에서 '진짜'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면 선택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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