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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몬스터 (Monster , 2003)

 

 

한 여자가 있다.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기회를 태어나면서부터 박탈당해서, 진짜 소통에 목이 마른 사람.

또 한 여자가 있다.

사람들과 항상 함께 있지만, 진짜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

 

그렇게 두 여자는 만난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전자의 여성은 결핍을 채우고 평범해지기를 원한다.

후자의 여성은 평범해진 자신이 특별해지기를 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엇갈리기 시작한다.

생존을 원하는 이와 파티를 원하는 이의 만남은 온전하게 이어질 수가 없다.

 

선은 선과 공존할 수 있으나, 악은 악과 공존할 수 없다.

악은 끊임없이 선을 등쳐먹고, 선이었던 이들조차 선을 지켜야할 이유를 잃어버리고 악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악은 늘어난다.

선이 악에게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아니라 차악이 최악에게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선은 판타지가 되었다.

 

'몬스터'를 보면서 누구를 악이라고 하고 누구를 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악의 소굴에서 태어난 이에게 왜 선한 심성을 계속 지키지 못했냐고 누가 욕할 수 있는가.

악의 소굴을 방치해놓은 사회의 구성원들을 과연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

 

과잉된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나레이션이나 대사를 통해서 설명적으로 풀어낸 부분이 많다.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엄청난 영화는 아니다.

 

다만 이 영화는 그러한 단점들을 잊게할만큼 큰 장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캐릭터이다.

게다가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생각되는 연기를 보여준다.

명품향수모델인 동시에 살인마를 연기해낼 수 있다는 것, 이질감 없이 두 가지를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샤를리즈테론은 좋은 배우이다.

그녀를 볼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크리스티나리치는 굉장히 철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캐릭터 때문인지 몰라도 '버팔로66'이나 '아이스스톰'의 호연에 비해 둔탁한 느낌의 연기를 보여준다고 느껴진다.

작은 체구와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진 크리스티나리치가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말해줄 때 그녀만이 주는 특별한 따스함이 존재하는데, 그 덕분에 이 영화에서 두 여자가 서로 의존하는 부분을 보면 측은함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실제모델인 에일린워노스의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안타깝다.

어릴 적부터 성적으로 학대당한 그녀는 세상에 내몰린 것이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 이들보다도 먼저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을 죽인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자신을 지킬 방법이 살인 밖에 없는 이들에 대해 어떠한 방책도 없이 알아서 견디라고 하는 것은 법이 약자에게 주는 폭력이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 주인공 여성은 애인의 부탁으로 위급한 상황에 놀이공원에 간다.

막상 놀이공원에 가자 애인은 자신보다도 새로 사귄 친구들과 놀기 바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인공은 생각한다.

 

"사람들은 창녀를 멸시해.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기회조차 주지 않아. 일 나갈 때마다 얼마나 독한 마음을 품는지 사람들은 모를거야. 아무도 몰라. 내가 무언가를 믿을 때 얼마나 큰 인내심을 발휘하는지."

 

사람들이 창녀에 대해 가볍게 여기듯, 그녀의 믿음조차 가볍게 여겨버린다.

직업에 상관없이 상처 받아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결국 칼춤이 난무하는 파티장에 입장하는 것과 같음을.

함께 즐기며 보던 칼춤이 언제 나를 향한 칼질로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믿지 않는다는 말이 냉소가 아니라 당연해져버린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