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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영화는 내내 도로 위를 달린다.

굉장히 단순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시나리오가 굉장히 단단한 영화이다.

도로 위에서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남에도 관객들이 계속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시나리오의 단단함에 대한 증거이다.

 

전체적인 기승전결이 뚜렷한 상태에서, 아주 작은 단위의 장면들에도 각각의 기승전결이 있다.

영화의 템포 자체가 굉장히 빠른데, 갈등도 그 템포에 맞춰서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메세지는 현 시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맹신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워보이들의 태도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인물들은 헤겔의 인정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연약한, 세상 구석에 몰린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은 현 시대가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우리의 선택지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서로 치유하고, 유토피아를 꿈꾸기보다 현 체제를 전복시키고 정의를 원위치 시킨다는 영화의 선택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맥스의 입을 빌려서 희망에 대한 냉소를 보여주는데,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 어떤 이해관계에서도 벗어나서 냉정하게 현재를 파악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희망에 취한 채 현실을 제대로 못 보는 이들에게 맥스의 냉정한 말이 가진 울림은 굉장히 크다.

 

워보이 캐릭터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차를 자신의 정체성처럼 대하는 모습은 차와 사랑을 나누는 크로넨버그의 '크래쉬'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사상에 의해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이다.

 

니콜라스홀트가 워보이로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의아했다.

내게 니콜라스홀트는 '싱글맨'속 분홍색앙고라니트를 입은 모습으로 기억된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말하는 부분은 인정투쟁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가장 보편의 언어가 최대의 울림을 줘서,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작정하고 멜로를 찍어도 어마어마하게 예쁠 배우인데도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외모보다는 연기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아보인다.

외적 아름다움은 포기한 배역이라고 할지라도, 이번 영화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샤를리즈 테론이다.

 

음악이나 촬영, 의상 등 영화의 비쥬얼 자체가 하나의 성격이다.

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이다.

도구적으로 쓰인 부분이 단 하나도 없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을 꼭꼭 십어삼켜서 간직하고 싶다고 느껴질 만큼, 내겐 완벽에 가까운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