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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루싸이트토끼 - 내가 새라면

 

 

 

가 새라면
네 방 창문과 너무 가깝지 않은
나무 위에서 지저귀겠어


어렴풋이만 내가 온 걸
기분 좋게 느낄 수 있게

내가 바람이면

무더운 날 고개 숙이고 비척이는
네 뺨 위를 스쳐가겠어


신선한 기운에 다음 걸음을
즐거이 내딛을 수 있게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네게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잠시 머무르니까
너무나 말이 없으니까

내가 햇살이면
무섭게 쏟아지는 비
뒤를 바짝 쫓아 달리다
그 비가 그칠 즘 천천히 걸어


네 등에 살며시 닿겠어
두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다 지났단 듯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네게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잠시 머무르니까
너무나 말이 없으니까

아마 모를 거야
네가 얼마나

내게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는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조심스러우니까
너무나 겁이 많으니까

 

 

 

 

듣다보니 영화 '오아시스'가 떠올랐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영화이다.

영화 속 유일한 판타지 장면은 뇌성마비장애인인 여자주인공이 상상 속에서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부르는 장면이다.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라는 가사는 장애인인 공주에게 있어서 사랑하는 이들의 과장된 비유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하늘이 되는 것이나 평범한 사랑을 하는 것이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비슷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루싸이트토끼의 '내가 새라면'은 무작정 사랑을 말하기보다 조심스러움을 머금고 말하는 덕분에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곡이다.

겁이 많아 조심스러운 내가, 너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시끄럽게 울기보다 어렴풋이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새가 되거나,

무더위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 숙여 걷는 너의 뺨에 달콤하게 스치는 바람이 되거나,

무섭게 쏟아지는 비 속에서 힘들어하는 너에게 살며시 다가가 따스하게 등을 어루만지는 햇살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 앞에서 강인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약함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은 순간이 더 많다.

'나는 이렇게 나약한데, 이런 나의 나약함을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수 있겠어?' 라고 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강인함이나 용기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난 사실 단단한 척 할 뿐 강한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많은 결점을 가졌는데 그걸 들키지 않고 계속 옆에 머물고, 들키는 날에 그는 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한 채, 조금은 위태롭게 그 사람의 옆에 머물러 있곤 한다.

 

짐승 앞에 몸을 숨기는 새, 금세 스쳐지나갈 바람, 밤을 앞둔 햇살처럼 위태롭지만 그래도 너의 옆이라면, 함께하는 순간만은 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느낀다.

사실 강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옆에 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이왕이면 새나 바람이나 햇살보다 그 사람과 눈을 마주하고, 손을 마주잡고,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바람이나 햇살이 아닌, 오직 당신만을 위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