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내 남자 (私の男 , My Man , 2014)

 

시놉시스가 워낙 충격적이라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던 기대작이다.

로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러시아영화인 '리바이어던'만큼이나 로케이션이 영화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

 

근친상간에 대한 묘사는 사유가 좀 더 깊었어야 한다고 본다.

아사노타다노부의 입을 통해 나왔던 대사는 대부분 사족이었다.

대사가 없는 순간이 훨씬 좋았던 영화이다.

 

오히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지진이나 주요한 배경으로 나오는 유빙 등 자연이라는 불가항력 앞에 무기력한 개인들의 모습이 더 좋았다.

디스토피아적인 판타지장면들이 오히려 근친상간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현대사회에서 세상의 파멸에 가까운 행위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사랑은 매순간이 파멸이다.

 

모스크바영화제에서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오히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여배우 니카이도 후미이다.

나카시마테츠야, 소노시온 등 자기스타일이 확실한 감독들의 영화에서도 자신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욕망이 금기에 가까울 때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영화는 도덕교과서가 아니다.

금기에 도전하고 그것에 대해 탐색해보는 태도는 좋지만, 그만큼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존에 사람들이 금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거부감을 뛰어넘는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깊은 사유가 필요하겠는가.

 

피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정사 장면 같은 자극적인 판타지 장면보다도 유빙 사이에서, 지진 사이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모습이 훨씬 더 길게 남을 것 같다.

과잉된 부분은 아쉬웠으나, 오히려 잔잔한 균열을 보여준 장면들은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