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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데이빗 핀처의 최고작을 물으면 그의 가장 최근작이라고 답하면 된다.

어차피 걸작을 만들 감독이기에, 그가 최대한 많은 아이템을 건드렸으면 좋겠다.

 

영원히 '오만과 편견' 속 모습으로 기억될 줄 알았던 로자먼드 파이크의 멍한 표정이 좋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얼굴은 비어있는 얼굴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벤 에플렉의 억울한 표정은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씁쓸함의 출발점이다.

 

사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세상이 아니다.

누가 더 그럴 듯하게 사실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세상이지.

풍요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이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들로 가득차서,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세상이다.

 

결혼에 대해 환상을 품어본 적이 거의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결혼을 지옥불에 뛰어드는 것처럼 생각했다.

독신주의가 되지 않은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쥐고 있었던 결혼에 대한 당위성 때문이려나.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역할극을 소화한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결혼을 해서도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한 평의 공간도 없이, 세상이 요구하는 역할을 소화하느라 전전긍긍한다면 그것이 생지옥이 아닐까.

 

가면을 벗고 진짜 얼굴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상이다.

내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진짜 얼굴을 보여주면 도망가는 것은 아닐까.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다고 대답하고 넘어가는게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