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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ing(아이엔지, 2003)





고등학교 때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어서 매일 의식적으로 영화평론 글을 읽었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서 지금도 영화사이트에서 영화리뷰 읽는 게 하루 일과이다.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 예술영화만 보면서 분석과 비교만 하다보니
낙엽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슬퍼할 고등학생 시절에 나의 감수성은 가뭄으로 마른 대지와 비슷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파이란' 이 세 멜로 영화를 각각 거의 7~8번씩 보았다.
멜로영화를 보면서 울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우리나라의 멜로명작들.
하지만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분석하기에 바빴다.
이 시절의 나는 프레임 안의 감정들을 보기 보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에 너무 많은 관심을 두고 영화를 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아버지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적어주는 장면이나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읊조리는 장면이나
'파이란'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파이란 때문에 슬퍼하는 강재의 눈물이나
결국 내게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일까, 좋은 멜로 영화를 본다고 할지라도 결국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한계점은 너무 명확했다.
누군가 멜로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하나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또 하나는 이언희 감독의 'ing'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별에 대한 거창한 수식어로 가득한 이 세상의 한 편에 서서 너무 담담하게 이별을 말하는 그 방식이 좋아서 지금도 좋아하고,
'ing'는 내가 처음으로 몰입해서 본 멜로영화여서 내게는 특별하기에 지금도 좋아하는 영화이다.
'ing'는 영화 자체가 굉장히 예쁜 소품의 느낌이어서 자꾸 정이 가는 영화이다. 

그리고 'ing'의 ost는 지금도 영화 ost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ost에 수록된 곡 중에서 휘루가 부른 '그녀에게', 영화음악 감독인 방준석이 부른 '그녀입니다', 방준석과 유앤미블루라는 그룹으로 함께 활동했던 이승열이 부른 '기다림'까지 너무나 좋은 곡들이 많다.
방준석 음악감독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영화 덕분이다.

'ing'는 솔직히 인물이나 서사나 소소한 에피소드 모두 다 수작이라고 불리는 멜로영화들에 비해서 객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를 몰입하지 못하고 항상 분석하던 고등학교 시절의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영화 속에 계속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멜로영화를 보고나서 어떠한 감정을 느낀 것이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ing'는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긋는 영화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나 자신에게는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도 이 영화의 작은 흔적만 내게 보여도 이 영화가 내게 준 커다란 감정이 아주 선명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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