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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 2008)


'쓰리빌보드'를 먼저 보고 몇 달 뒤에서야 '킬러들의 도시'를 보았다.

번역제목은 최악이다.

영화의 배경인 브리주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공간적 특징을 없애고 평범한 제목을 붙이다니.


마틴 맥도나가 얼마나 뛰어난 각본가인지 생각하게 된다.

각본도 각본인데 영화의 리듬이 정말 좋다.

타란티노가 몇 편만 더 만들고 나면 은퇴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내가 타란티노를 좋아하는 이유인 멋진 리듬을 마틴 맥도나가 보여주고 있다.

쓸데 없어 보이는 대화로 긴장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던지는 대사를 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브리주에 대해 서로 상반된 평가를 하는 두 킬러와 그들을 쫓아오는 보스 킬러까지 세 캐릭터가 굉장히 뚜렷하게 입체적이다.

이렇게 균형을 잘 맞춘 각본이라니.

고전적인 것과 고리타분함을 함께 갖춘 도시인 브리주도 이러한 캐릭터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콜린파렐은 철없는 모습을 할 때가 노골적으로 멋있는 역할 할 때보다 더 빛난다.

브랜단 글리슨은 이 영화에서 제일 입체적으로 연기한 배우이고, 랄프 파인즈는 젠틀함과 신경질적인 것 사이에 놓여있는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


킬러들의 규칙, 가끔의 융통성, 난쟁이가 등장하는 영화촬영현장, 총격전, 탑에서 동전을 던지다가 추락하는 남자 등 아이러니한 지점들과 흥미로운 장면이 넘친다.

어떤 면에서는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만큼 흥미로운 데뷔작으로 보인다.

'쓰리빌보드'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더 많았다.


보고나서 사유와 흥분을 함께 머금게 하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그가 영화 데뷔하기 전 했던 연극들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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