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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챔피언 프로그램 (The Program, 2015)

 

 

 

영등포 CGV에서 시사회로 봤다.

표 수령하는데 내 이름이 없어서 확인해보니, 회원정보 쓸 때 이름을 막 써서 '훼훼훼'로 되어있었다.

무척이나 민망했다.

 

로튼토마토지수를 보니 점수가 거의 절반 수준이고, 스티븐프리어스 감독의 영화가 걸작일 것이라고는 기대 안 해서 아마 시사회가 아니었다면 안 봤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예상과 달리 꽤나 흥미로운 영화였다.

 

영화 제목인 '챔피언 프로그램'과 포스터의 카피를 봐도 예상되지만, 챔피언이 되기 위해 약물을 사용했던 싸이클선수 랜스 암스트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싸이클에 대해 전혀 몰라도, 한 개인의 욕망과 결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사건 자체가 흥미로운데, 거기에 영화적 리듬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했을텐데 이 정도면 충분히 매혹적이지 않았나 싶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더 퀸' 등 스티븐프리어스는 매력이 크진 않아도 듬직한 친구 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게다가 결코 연출이 튀는 감독이 아니다.

오히려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 법을 아는 감독이다.

 

'더 퀸'의 헬렌미렌 만큼은 아니지만, '챔피언 프로그램'의 벤 포스터는 정말 굉장한 연기를 보여준다.

중반부터 등장하는 제스플레몬스의 개성있는 연기를 비롯해서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실제 랜스암스트롱과 벤 포스터는 외모부터 굉장히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벤 포스터가 욕망 앞에서 짓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흥미롭다.

분명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위태로워 보일 때도, 의기양양해 보일 때도 있다.

 

사실 약물사용 관련해서는 찬반이 나뉠 것도 없다.

약물사용을 해서 우승하고, 그 우승으로 얻은 부를 통해 아무리 선행을 했어도 그것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인물에게 연민이 들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분명 주인공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어느새 그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 그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움을 항상 동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갑작스럽게 고환암에 걸렸던 것처럼 사상누각 같은 그가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을 예상하고 그를 연민했을지도 모른다.

 

스티븐프리어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무엇보다도 벤 포스터에 대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과정이 더러워도 결과가 좋으면 되냐에 대한 논의보다도 내가 최근 목격했던 위태로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위태롭다고 느끼는 것, 내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깨끗하다고 느끼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원론적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넘어가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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