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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용서받지 못한 자 (The Unforgiven , 2005)



연상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창'이나 임태규 감독의 '폭력의 씨앗' 같은 군대 관련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과하게 몰입하게 된다.

군필자에게 군대는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

2년이란 시간을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 보내는 건 여러모로 안 좋은 사회화의 경험이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합리화다.

거지 같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증오하던 이들과 닮아있음을 발견하는 것.

하지만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는 것.


윤종빈 감독은 데뷔장편에서부터 영화가 캐릭터싸움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뻔할 수 있는 군대이야기에 신선함이 더해진다.

비교적 신인 시절의 하정우를 보는 것도 '용서받지 못한 자'의 매력이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그 캐릭터들을 곱씹다 보면 결국 어떤 부조리한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출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개봉예정작인 '공작'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윤종빈 감독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볼 수 있다는 확신만으로도 그의 작품은 기대된다.


군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쓴맛이 크다.

아마 평생 곱씹어도 비슷한 끝맛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