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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언프리티 소셜 스타 (Ingrid Goes West , 2017)


어벤져스 보면서 엘리자베스 올슨의 녹색슨이 신비로워서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다 봤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엘리자베스 올슨보단 오브리 플라자가 더 빛나는 영화다.


한국개봉제목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타인에 대해 의존적인 한 인물이 스토킹에 가깝게 인스타그램으로 누군가를 추종하다가 상처 받고, 또 다시 누군가를 추종한다.

그 추종의 수위가 삶을 걸만큼 높아서 보다 보면 아슬아슬해서 스릴러에 가깝다.


인스타그램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미디어가 말하고 있기에 이 영화의 방식이 썩 새롭진 않다.

인플루언서인 캐릭터와 인플루언서를 동경하는 캐릭터가 비슷한 입체감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인플루언서가 가진 공허함은 상대적으로 덜 묘사 된다.

게다가 엔딩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예상가능하다.

오히려 두 인물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나누는 방식으로 전개 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오브리 플라자가 진짜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지만 맹목적으로 엘리자베스 올슨을 추종할 때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그녀를 보며 자신에게 솔직해지라고 말하는 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조언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느냐를 고민해봐야 한다.


누구나 자존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타인에게 심하게 의존적이라고 해서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수위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구조를 쌓는 일이라 결국 악순환이겠지만, 당장 그 위험을 모르는 이에게 무작정 안 된다고 하면 그것도 옳은 방식은 아닐거다.


영화 자체는 평이할지 몰라도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에 삶의 가장 멋진 부분을 올리는 이들을 보고 그 사진 뒤에 숨겨진 사연을 상상하는 게 일상이다.

욕망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오히려 그 욕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면 불편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곤 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 나도 인스타그램에 이 영화에 대해 해시태그 몇 개와 함께 적어둘 확률이 높다.

보여주기 위한 삶 혹은 타인에게 의존적인 삶은 일정 이상 견고해지면 편할지 몰라도 그 지반이 무척이나 약한 구조라 한계가 명확하다.

타인이 떠나버리면 무너져버리고, 타인이 떠나는 건 불가항력이니까.


인스타그램을 떠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멋진 이들을 보면 감탄하게 되는데, 문제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날 일이 너무 희박하다.

인스타그램 안에서 자존감이 높은 페르소나를 가진 이들은 많지만.


영화가 묘사하는 풍경 중에 멋진 풍경이 많았다.

덕분에 인스타그램 하고 싶다는 생각보단 높은 자존감과 함께 미국 서부로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