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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La forma del agua , The Shape of Water , 2017)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는 나의 베스트영화 중 하나여서 개봉 전부터 기대 중이었다.

괴물장르에 대한 사랑과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이 극에 달했기에 이렇게 뚝심 있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들의 앙상블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샐리호킨스의 거의 모든 표정을 다 볼 수 있고, 마이클 섀넌은 스테레오타입의 악역을 특유의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연기한다.

리차드젠킨스와 옥타비아스펜서가 샐리호킨스와 함께 연대하는 순간은 이 영화의 거대한 메시지가 된다.

더그존스를 보면서 크리처를 연기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좀 더 커져야한다고 느꼈다.


영화 오프닝에서 물에 떠있는 샐리호킨스의 이미지와 괴물에 대해 그리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물들을 보며 이미 이 영화는 환상에서 시작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영화관도 이러한 생각을 더욱 심화시킨다.

소수자들의 연대해서 영화 같은 일을 이뤄낸다는 메시지로도 보였다.


서사 자체는 이미 익숙한데 결국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특별한 이미지들이다.

붉은색과 녹색의 대비나 고전영화를 보는 샐리호킨스와 미래라는 말을 자주 쓰는 마이클섀넌의 대비, 물의 이미지 등이 영화의 디테일을 풍성하게 해준다.


농아라는 이유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여자와 괴물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동일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일 거다.

물이 영화의 거대한 은유가 된 이유도 사람의 형태도 물처럼 규격화하지 않고 무형으로 본다면 모두 동등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포스터에도 있는 여자와 괴물이 물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이미지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오직 물 안에서만 두 사람의 사랑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차별이 명확한 현실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인터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셰이프 오브 워터' 속 등장하는 영화가 명작들이 아닌 이유는 자신도 '시민케인' 같은 걸작이 아닌 별 주목 못 받은 영화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특정명작영화가 아닌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 말은 사랑에 대한 은유로도 들렸다.

이분법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정상인들의 멋진 사랑만 보려는 태도가 아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말로 들렸다.


당분간은 연출보다 제작을 하면서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고 하던데 부디 그의 다음 작품에서도 세상에 필요한 메시지를 괴물을 통해 보여주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