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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빅 피쉬 (Big Fish , 2003)


'판의 미로'와 '지구를 지켜라'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빅피쉬'를 좋아한다.

앨버트 피니와 이완 맥그리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현재의 아버지, 과거의 아버지.
지금은 나약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화려했던 과거.
전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이야기가 아버지 안에 함께 존재한다.
아버지의 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이 영화는 마법이 된다.

'빅피쉬'는 아버지에 대한 영화이다.
사랑에 대한 영화일 수도, 동화에 대한 영화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아버지를 보여주지 않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본 뒤에 아버지를 바라보는 순간, 이야기와 그 대상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는 순간에 우리의 감정은 흔들리게 된다.

동화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영화이다.
아버지라는 지위가 생기면, 삶의 무게는 걷잡을 수 없이 무거워진다.
무거운 삶은 사람에게 스며든다.

내게 스며든 어두운 것들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동화는 시작된다.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된 것도, 서커스단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자식에게 밝은 것만, 좋은 것만 보여주기 위해서 아버지는 힘든 삶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된다.

아버지가 내게 왜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을까.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아버지가 왜 내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이다.
어쩌면 아버지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아버지의 사연을 헤아리는 사려깊은 태도보다도, 그저 자신의 이야기에 웃어주는 모습일지도.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하는 아버지의 과거 속 세상이 멋질 수록, 앨버트 피니가 연기하는 아픈 아버지의 모습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앨버트 피니는 간단히 말해서 이 영화의 중력과도 같다.
그에게 삶은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힘든 와중에도 사랑을 하게 되고, 자식이 생긴다.
자식을 생각하며 그는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자식은 중력이고 버팀목인 것이다.

제시카랭은 젊은 시절을 연기한 알리슨 로먼보다도 우아하다고 느껴졌다.
'드레그 미 투 헬'을 보면서 알리스 로먼이 '빅피쉬'의 그녀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 시간에도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또 다시 동화가 시작된다.
아버지가 동화를 읽어줄 수 밖에 없는 세상.
이 세상에 동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과 동의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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