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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부당거래




류승완이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난 그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지금의 '부당거래'까지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는 좋은 액션감독이기도 하지만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감독이다.
그에게서 감동했던 대부분의 순간은 액션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당거래'의 각본가는 류승완 감독이 아닌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이다.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굉장하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이 이런 일이 정말 있을까라고 말했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마침 이 시기에 뉴스에 이 영화보다 더한 일이 터져버렸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쓴 각본이 아닌 다른 이의 각본으로 작업했으면, 액션영화도 아니며, 그동안 일해온 스텝들이 아닌 정정훈 촬영감독과 조영욱 음악감독 등 새로운 스텝들과 작업을 했다.
여러모로 그에게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이다.
'부당거래'는 합을 맞춘 액션씬은 많지 않지만 인물들간의 먹이사슬 관계는 류승완이 그동안 보여준 그 어떤 액션들보다도 더 흥미롭다.

조연들을 포함해서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을 뿐더러,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도덕적으로 훈계하는 영화가 아닌,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영화이다.
시대적 영향력과 영화적 재미를 함께 갖춘, 영화로서의 미덕을 제대로 갖춘 영화이다.

권력관계에 대한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영화를 보며 씁쓸한 부분이 많은데,
독한 뉴스들이 빵빵 터지는 요즘으로서는 이 정도 씁쓸함이야 견딜만하다.
굳이 권력이라는 단어에 집중안하고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를 지켜보다보면 역겨운 먹이사슬과 영화적 재미 둘 다 잡을 수 있다.

2010년의 한국영화를 돌아보자면 홍상수의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나지만,
난 아무래도 장르영화를 좋아하다보니 류승완의 '부당거래'가 가장 크게 기억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뉴스는 전체관람가이고 이 영화는 미성년자관람불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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