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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베를린



데뷔작 이후로 류승완은 항상 액션감독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내가 류승완을 보면서 감동했던 순간은 항상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였다.
류승완은 드라마에 강한 감독이라는 생각은 '부당거래'를 통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베를린'은 좋은 드라마이다.
훌륭한 액션과 좋은 대사로 만들어진 괜찮은 드라마이다.

'부당거래' 이전의 류승완 영화들은 액션이 주가 되고 드라마는 액션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베를린'은 드라마가 주가 되고 액션은 드라마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보아온 류승완의 각본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

'베를린'을 본 사람은 누구나 전지현을 칭찬할 것이다.
장만옥이 떠올랐다.
미스 홍콩으로 데뷔해서 소모적인 상업영화들에 출연하다가 왕가위, 관금붕 감독을 만나서 진짜 배우로 거듭난 장만옥.
최동훈과 류승완을 만난 후의 전지현은 앞으로 무슨 CF에 나올까가 기대되는 CF스타에서 앞으로의 출연작이 궁금한 배우로 변신했다.

하정우와 류승범의 조합은 참으로 흥미롭다.
하정우는 현재 동시대 배우들 중에서 가장 시나리오를 잘 보는 것 같다.
그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영화는 신뢰가 간다.
류승범은 정말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배우이다.
그가 후반부에 무표정하게 총질을 하는 장면에서 그가 정말 타고난 배우라고 느껴졌다.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의 멜로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다.
그의 필모그래피 후반부는 정말 강한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한석규보다도 까칠한 한석규가 익숙해진 날이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제발 '베를린'이라는 이 흥미로운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기획물이 한국에 존재해줘야 한다고 본다.

먼지 처음 살아라, 다른 사람들처럼.
'베를린'은 먼지 같은 사람들을 생산해낸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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