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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반칙왕 (The Foul King , 2000)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을 다시 보았다.

 

장진영이 나온 순간부터 이 영화는 내게 장진영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온전히 송강호를 위한 영화이지만, 송강호가 길에서 꺾는 꽃이 바람에 날아가자 다시 주워오는, 프레임 밖에 있는 그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세상 모두 반칙을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느낀다.

세상이 하는 반칙에 적응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무대 위에서만 반칙을 하는 남자가 있다.

마스크도 포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가 아무리 애써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쓴 타이거마스크보다도 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지만, 우린 그것을 암묵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반칙이라고 자기위로를 하며 반칙에 적응해가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현실에서 반칙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렇게 우리 모두 반칙왕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나는 얼마나 많은 반칙으로 오늘 하루도 살아남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