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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미스트 (The Mist, 2007)




단편영화 연출부할 당시에 어떤 스텝 분께서 내게 '미스트 보지마. 엔딩 짜증나.'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신뢰하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의 영화평이 마음에 들어서 보기로 결정.
게다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기에 보았다.

흠...
엔딩은 허무주의 그 자체.
영화 보고나서 허무함에 한 동안 멍때리고 있었다.

이 영화는 괴물과의 사투도 충분히 보여주지만, 가장 큰 매력은 고립된 상태에서 사람들끼리 대립하고 충돌하는 심리적 모습을 잘 담았다는 것이다.
내가 어제 보았던 영화인 '미스틱리버'에서 톰로빈스의 부인으로 나오던 마샤가이하든이 연기한 광신도의 연기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에는 미친 사람 취급받던 광신도가 나중에는 점점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을 선동해서 거대한 권력을 가지는 모습은 현사회의 단면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예산도 굉장히 괴수영화치고는 적은 편이고, 스릴도 굉장하다.
굉장히 잘만든 영화이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영화의 엔딩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허무하고 염세주의적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이 영화를 보고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글귀를 떠올렸다고 한다.
 “흰색이 검은색을 중화시킬 수 없고, 인간의 선이 악을 보상하거나 용서하지도 못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서운 선택 뿐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로 끔찍한 선택이다.
아니, 운명은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했을 때도 벌을 내리기도 한다.
이 영화가 잘만든 영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두 번 보기는 힘들 것 같다.